몰라서 놓칠 뻔한 특례제도 이야기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 나태주, <꽃 2> 중에서
그분은 올해 예순일곱 살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자, 그 삶의 결이 조용히 드러났습니다.
어린 시절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열한 살에 어머니를 잃었고, 어머니의 죽음을 감당하지 못한 아버지는 술에만 기대다 결국 실종이 되어 영영 사라졌습니다. 천상 고아가 되었지만, 열 살 터울의 큰오빠 덕분에 청소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스물두 살, 사글세로 시작한 결혼 생활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했습니다. 사글세에서 월세로,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만의 자가로, 삶은 느리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사치도 하지 않았고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성실하게.”
그렇게 성실이 쌓여 작은 집 한 채를 더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고정수입이 사라진다는 두려움을 미리 대비하고 싶었습니다. 새로 마련한 그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자신의 남은 삶을 지켜줄 든든한 안전망이었습니다.
그 무렵, 그분은 외동딸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자신처럼 어린 나이에 결혼한 딸은, 밤낮없이 성실하게 일하는데도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찬을 가져다주러 딸의 집을 들를 때면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여름이면 늘 더위에 지쳐 있었고, 겨울이면 외풍이 심해 집 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껴입고 지냈습니다. 어린 손주들이 그 환경에서 지내는 것도 걱정되었습니다. 딸의 집을 다녀온 날이면 그 모습이 눈에 밟혀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딸은 늘 괜찮다고 하는데… 사실 하나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자신이 새로 산 집으로 이사하며, 이전 집에 딸 가족을 들였습니다. 마음은 그저 주고 싶었지만, 그분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기에 월세 100만 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시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었지만, 그게 서로를 지켜주는 최선의 방식이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그분은 딸의 가정을 지켜보며 안도했습니다. 이제는 집 걱정 없다는 딸의 말에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딸에게 집을 완전히 주어야겠다… 나처럼 집이 없어 서럽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아.’
그 말에는 오랜 세월 품어온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이 집 없이 지냈던 지난날이 떠올라, 딸만큼은 편안하길 바랐던 마음. 탄탄한 기반은 아니더라도, 딸에게 ‘자신만의 집’을 선물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하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에는 벽이 있었습니다. 집을 매도하면 그분에게는 양도소득세, 딸에게는 취득세… 매도가 아닌 증여를 선택하면 딸에게 부과되는 증여세. 두 사람 모두에게 부담하기 어려운 큰 금액이었습니다. 방법은 없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저를 찾아오신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주택이 위치한 주소지, 가격, 취득 시기, 거주 기간….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일시적 1세대 2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이는 1 주택을 보유한 세대가 대체주택 취득 등 부득이한 사유로 신규 주택을 취득한 경우, 신규 주택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그분은 이 제도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습니다. 약 3천만 원 상당의 양도세를 내지 않고 딸에게 집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드리자, 그분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딸을 생각하는 마음과는 달리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의 벽 앞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따뜻한 집을 남겨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딸에게는 취득세가 부과되지만 따님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감사해하셨습니다.
한 제도가 한 가족의 시간을 완전히 바꾸었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앞에 선연합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지만 살면서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되는 순간들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내 삶이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제도는 보통, 알아보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건강에 건강검진이 필요하듯, 삶에도 법률검진이 필요합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는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생애주기와 생활환경에 따라 필요한 법적 위험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제시하는 곳이 되고자 합니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처럼, 누군가의 남은 삶을 지켜주는 일이야말로 법이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 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노이아의 법률 에세이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