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일 Aug 14. 2024

브루가다 증후군 사건으로 얻은 것

브루가다 증후군 사건으로 얻은 것


  8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는 끝이 어딘지 모르는 하마스의 비밀 터널처럼 계속 이어만 지고 있다. 밤을 설치다 보니 낮에도 힘이 부족하고 낮에 시들하니 밤엔 더욱 비실이 상태다. 물이 찰 올라 온통 몸에는 땀이 흐르고 걸쳐진 옷은 쥐어짜면 물이 쏟아져 내릴 것 같다. 이런 분위기와 상관없이 난 살얼음을 걷고 있다. 살얼음판 위라면 추위를 느껴야 하지만 추워서가 아니라 충격에서 느끼는 공포로 더위보다 심한 위기를 느낀다. 아내가 K 병원에서 상급병원에 진료받을 것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약을 잡수셔야 할 상태라서 처방을 해드리고요. 저도 환자를 대해 보지 못해 문서를 찾아보았는데 브루가다 증후군 증세가 의심되고 가족력도 있으니 큰 병원에 가셔서 빠르게 진단을 받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네 저희가 서울에서 살다 와서 서울 K 병원에 다니는데 그 정도면 될까요?”

“네 괜찮습니다. 이 병은 남성분에게 많이 발생하고 수치상으로도 크게 염려할 상황은 아니라 제가 진료해 드리면 좋겠지만 K 병원에 정밀기계가 없으니 상급병원으로 의뢰서를 작성해 드릴 터이니 그렇게 확인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졸지에 아내는 잠을 자다가 밤새 안녕을 할지 모른다는 브루가다 증후군 의심 환자가 되었다.


  아내와 상의하고 서울보다는 지역의 S 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 거리가 멀면 진료받으러 다니는 게 쉽지 않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니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아내가 아직은 현업에 종사하고 있으니 진료 시간도 오후 늦게 잡고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병원에 함께 가는 자가용 운전기사 겸 보호자가 되었다. 병원의 큰 건물 위상에서 이미 기가 죽었다. 중고 자동차 매장처럼 차는 그렇게 많은지 주차하는 것도 빈칸 미로 찾기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니 온통 사람이다. 환자들이다. 아픈 사람은 왜 이리 많은지 병원 밖 세상에서 잊고 있었던 현실이 보였다.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모른다. 그 잊고 있었던 일상에서 무탈해 병원 출입이 없었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아내의 손을 꽉 잡아 주었다.

‘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이런 기회로 몸을 돌보라는 하나님의 경고일 거야.’ 속으로 기도하며 아내의 손을 간절한 마음과 불안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손만 다시 힘주어 잡았다.


“처음 와서 그러는 데 심장내과 예약은 했고 다른 병원에서 받은 의뢰서와 CD는 어디 드려야 할까요?"

“네 쭉 가시면 4번 창구에서 진료받으시면서 의뢰서 드리면 되고 가지고 오신 CD는 아래층 기계에서 처리하면 됩니다.” 

“아 네 고맙습니다. 당신은 4번에 있어 내가 CD 처리하고 올게” 대답을 하고 용기 있게 1층을 가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기계? 이 단어 소리에 벌써 기가 죽는다. 난 기계치다. 그것도 병원 시스템을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이때 번쩍거리며 떠오른 생각 ‘모를 때는 묻는 게 최고야’ 

“제가 처음이라 다른 병원에서 가져온 CD 어디서 처리하죠.”

“네 저 옆으로 돌아가시면 노란 기계에서 직접 처리하시면 됩니다” 마찬가지 기계적인 답변이다. 

“저~제가 기계에 좀 약해서 그런데 직접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자리를 비우기가 그런데~~” 하며 직접 시험을 보여주며 실행해 보란다. 역시 도움을 받고 천천히 임무를 마쳤다.

“끝냈어요, 고마워요.” 개선장군처럼 안내 아가씨에게 인사를 했다.

“처리했어. 시간 좀 걸렸지 아날로그 세대라 기계에는 영~~” 


“모든 수치가 염려하실 상태는 아닙니다. 박동도 정상적이고 괜찮아요. 하지만 k 병원에서 하루 기계를 차고 검사하셨던 홀터 검사 (심전도 기록지를 부착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심장의 전기적 상태를 기록하는 검사) 일주일 검사로 확인을 다시 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아내는 몸에 부착하는 홀터 검사 기계를 부착했다. 마치 아이언맨이 된 모습이다. 처음 겁먹고 긴장했던 아내의 얼굴이 펴졌다. 인간은 약하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사람의 모습이 달라진다. 아내는 아마도 죽음을 생각하고 별별 상상을 다 했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해도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선택은 나에게 달려있다. 선택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지 않지만 내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몬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너무 시어 레몬을 먹는다는 건 고통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레몬을 재료로 생각한 다른 조리법을 구상한다면 맛있는 레몬에이드라는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내의 브루가다 증후군 사건은 염려로 끝날 것이다. 이것을 기회로 그간 방심했던 건강을 우선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신호를 줄 때 인지하고 변화할 줄 아는 멋진 나머지 삶을 살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