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변화를 계획하는 기회는 연말이다. 매년 시간의 흐름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먹는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닐진대 행사처럼 메모하는 습관은 다음 해의 계획과 올해의 계획을 점검하는 일이다. 아마도 교회를 다니면서 생긴 감사 편지쓰기 기도 제목 등에 영향이 큰지도 모른다. 연말이면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밤새도록 떠들며 무엇이 그렇게도 끌리게 했는지 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가 마냥 좋던 시절이 기억난다. 청소년 시절을 어른들은 철없던 시절이라 칭하지만 난 오히려 나이를 먹어가며 소심해지고 현실에 타협하는 지금이 철없다고 말하고 싶다. 좌충우돌했었지만 청소년 시절이 세상을 호령할 듯 자신감 있게 살았던 것 같다. 그때는 내일이 불투명하든 불분명하든 오늘이 즐거우면 고민 없이 살았다. 다음 해의 계획도 세워본 일이 없었다. 마냥 현실이 좋았고 친구가 좋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장래도 생각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정리되어 나오는 것이 연말이면 쓰게 되는 내년도 계획이라는 생활계획서이다.
우리 집 매년 생활계획서 일명 기도 제목은 대형냉장고 옆에 붙어있다. 올해 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하루하루 최선 다하기 믿음으로 일관성 있는 감사 생활, 나눔으로 사랑의 사회 환원이라는 큰 타이틀 밑에 신앙에 관한 다짐과 아침기도와 성경 필사 완료 그리고 시간을 여유롭게 활동을 자유롭게 다음으로는 글쓰기 자료준비, 마지막으로는 인생 3막 주거지를 위한 만남 기대를 적었었다. 12월 마지막 날들을 목전에 두고 하나씩 살펴본다. 다음을 위한 준비이고 한 해를 정리해 본다는 의미에서 추수하는 농부의 심정이다. 후회 없는 하루하루였고 최선을 다했는가? 질문이 가장 자기를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첫째 후회를 하지 않고 살았다.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되어 점수를 후하게 주기로 했다. 좋아 잘했어요. 두 번째 감사 생활과 나눔을 질문 해 보자. 일관성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보인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핸드폰 문자 끝에도 감사합니다. 을 쓰려고 노력한다. 메일에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올해도 2013년 후로 계속하고 있는 o o 그룹홈의 교류와 나눔은 이어졌다. 그렇다면 점수 후하게 주자 참 잘했어요. 세 번째를 묶어보면 자유롭게 여유롭게는 글쓰기 자료수집을 마음속에 담고 계획서를 쓴 것으로 보인다. 글쓰기 자료수집은 2022년 수기를 얼떨결에 3개월 만에 완성하면서 미리 자료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미련 때문에 정해놓은 것이다. 자료수집을 해놓고 글을 써보자 정도의 야심이랄까? 그런데 공교롭게도 연초에 우연히 용인 중앙도서관 에세이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료수집 정도를 넘어 문집이 나오는 경사가 났다. 이뿐인가 죽을 때까지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던 브런치 스토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 쓰임이라는 에세이 수업참가자 모임 덕분이다. 덤으로 브런치 스토리 에세이 작가도 되었으니 이건 엄청난 행운이다. 그러므로 참 참 잘했어요. 네 번째 제목은 미래의 바람이다. 얼마 전 전남 고흥 스테이에 도전했었다. 3개월을 살아보고 판단하는 시골 살아보기 프로젝트로 공짜여서 마음에 들었었다. 홍보전략으로 글쓰기 모임 작가들을 모시고 에세이를 쓰겠다고 했지만 45 대 1 앞에서 무너졌다. 공짜라 전국에서 너무 많이 신청했다. 어차피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진행이 불가한 상황이라 감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인생에서 너무 늦었을 때란 없습니다.’
책 모리스의 삶을 보며 삶이 재촉하더라도 라는 글에 공감한다. 살다 보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재촉할 때가 많다. 빨리하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고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 환경이 주변에서 가족 때문에 이유도 있고 변명도 가능한 일들도 많다. 삶이 재촉하는 일이다. 중심이 나이고 내 삶에 주인임을 잊지 말자. 내가 없어야 알게 될 거라든지 내가 아니면 안 될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세상은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고 주변을 나를 의식하지 더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오늘 이루어 놓은 만큼이 나의 것이다. 내일은 약속된 것일지는 몰라도 이루었다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지금 네게 주어진 몫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놓치지 말자. 내일이 온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오늘이 없이 내일은 없다. 삶에 너무 늦을 때를 없애려면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을 때일 것이다.
평소에 꿈꾸는 인생 버킷리스트를 내년 계획에 연결을 시켜 세워본다. 올해 계획한 인생 3막 거처를 위해 내년엔 각 지자체 홈페이지를 살펴 현장답사를 할 것이다. 네게 다른 사람을 위해 남은 시간은 7년이라 생각한다. 마음은 원이라 하더라도 75세가 넘으면 어렵다고 판단한다. 1년은 답사하고 장소를 정하는 것이다. 난 바다를 좋아하고 아내는 산을 좋아한다.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더 좋은 곳으로 정해질 것이다. 나머지 최소 5년은 지역에서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이루어볼 것이다. 아내는 맛있는 요리로 사람 사는 맛을 보여주려고 한다. 난 그동안 배우고 익힌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지역봉사를 하고 사회적 경제를 실현해 볼 것이다. 농사도 짓고 협동조합을 이루어 도시와 연결된 도농 협력의 시장도 열어볼 것이다. 청춘 때 버킷리스트라면 용지에 빼곡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인생을 정리해야 할 때다. 후회할 시간조차 아깝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더 갈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한 발을 띄어본다. 그리고 한 발을 옮길 때마다 가능하다면 기록을 남길 것이다. 기록이 다음 세대에게 용기가 되고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써볼 예정이다. 참 인생 알 수 없다. 2022년 문화체육부 수기 쓰기 모임과 2024년 용인 중앙도서관 에세이 쓰기가 없었다면 기록을 남길 계획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일을 모른다. 오늘 충실한 자가 얻는 보상이 내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