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에서 느껴본 소중한 의미

by 김동일

사람의 외모에서 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얼굴이 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려면 머리는 자연스럽게 보이게 된다. 상대에게 호감형으로 보이려면 첫눈에 들어야 하니 머리 모양새는 중요하다. 머리의 모양새를 결정하는 것은 머리카락의 추임새일 것이다. 화장으로 얼굴을 장식해 위장하듯 여성이 외출 전 머리를 만지는 시간이 긴 것도 만지는 시간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성을 단장해 주는 미장원 간판 또한 우후죽순처럼 많다. 건물이 신축되고 상가가 지어지면 커피. 미용, 부동산, 편의점은 약방의 감초가 되었다. 요즘은 여성 남성 구분 없이 미장원을 가는 시대이다. 하지만 난 이발소를 고집하고 있는 구시대 사람이다.

“여보 이발소에서 이번에 이발할 때 졸았었나 봐”

“왜요?”

“머리모양이 이상하게 전에처럼 되지를 않아 이발이 잘못된 것일까?”

“아무리 해도 전 모양대로 안되고 세모 같이 돼 그렇지?” 아내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머리 모양새를 보여주었다.

“그러게 좀 이상하긴 해 삼각형 모양인데”

“내가 심하게 졸았나 봐 그러니까 대충 이발해 주신 게 맞아”

“다음에는 이발을 긴 머리로 가야 할 것 같아”

“왜요?”

“머리가 길어야 정리하기가 쉬울 것 같아서”

“그럴 수도” 아내도 이해 간다며 맞장구쳤다. 드라이기로 아무리 만들어보려고 해도 익숙한 머리 스타일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일이 갑자기 발생하니 난감하다. 머리 감지 않고 나온 사람처럼 느껴지고 다른 사람 앞에 서는 게 불안하다. 빨리 시간이 지나가야 이발소에 간다는 생각으로 고집스럽게 연말에도 뒤숭숭한 머리모양으로 견디었다. 머리모양을 옛것으로 되찾겠다는 신념으로 해를 넘겼다.

“저번 이발할 때 제가 많이 졸았었나 봐요?”

“왜요? 머리카락이 너무 짧게 잘렸나요?”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았나 보조”

“다른 분도 짧게 잘렸다고 하신 분도 계셨어요” 이발사와 내가 서로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어 순간 당황했다.

“그게 아니라 제 머리모양이 삼각형 모양으로 바뀐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사장님 머리숱이 위에 많이 빠지셔서 그런가 봐요. 전에는 상당히 많았는데 지금은 이것 보세요.”

하며 머리카락을 머리빗으로 들어 보인다. 왠지 작아 보인다. 민망하다. 원인이 내게 있었는데 괜한 이발사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니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나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에게 원인을 찾기보다 외부에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이발하는 동안 눈을 감고 잠시 삶을 돌아보았다. 살면서 많은 부분 잘못된 것 즉시 시인하고 용서를 빌지 못했다. 변명하거나 외부의 원인으로 돌리려고 했다. 옹졸하고 용기 없었던 과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이발하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른다. 평소 많이 졸았던 버릇이 있었던 터라

“사장님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이십니다.” 하는 이발사 말에

“네” 하며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어색한 머리모양은 뚝 터진 물줄기 밭고랑 가르듯 흑백이 뒤섞여 흉흉하게 보인다. 그래도 겨울엔 강의도 없고 사람들 앞에 설 일이 별반 없으니 괜찮을 것 같다. 탈모도 방지할 겸 머리카락에 순수를 유지하고 싶다. 머리는 몸에 붙어있는 지체 중 하늘과 가장 가깝게 있다. 따뜻한 봄이 오고 아내가 퇴원 후 집으로 오게 되면 정이 듬뿍 담긴 손으로 머리를 만질 것이다. 염색할 때 고집 피우며 맘대로 하려고 했던 성질머리는 고치기로 했다. 빈자리를 경험하고 늦게나마 철이 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누구에게라도 머리를 디밀고 조용하게 기다리고 죽어질 줄 아는 법도 터득했다. 이제 머리 스타일은 새롭게 변화될 것이다. 그리고 익숙해지고 세월이 갈 것이다.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별일도 아닌 사소한 것이지만 이발에서 작지만 소중한 의미 느껴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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