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by 김동일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책에서 독자로서 같은 동질성을 느끼고 감정에 흐느끼고 흥분되기도 하며 신바람 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느끼는 건 역시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 소통이다. 가장 만나는 횟수가 많기 때문이다. 영향력을 많이 받기에 멘토가 중요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누가 되느냐 가 인생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계가 있다. 과거는 어린 시절에 만나는 사람은 가족이었고 부모님과 접촉이 제일 많았다. 그렇기에 초등학교에서 닮고 싶은 사람을 질문하면 부모님이 많다. 요즘 세대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배움을 시작하기에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간접적으로 감정에 영향을 주는 건 책이다. 직접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 만나볼 수 없다. 그중에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독서를 강조하고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권유하고 습관화하려고 부모가 애를 쓴다. 하지만 책의 한계는 대중을 한꺼번에 만나 영향을 주기는 힘들다. 노래는 다르다. 노래는 대중을 동원할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마음을 움직이고 가사를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렇기에 선거에서도 노래는 빠지지 않는 선거 홍보 자원 중 하나다.


난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님은 어부 시라 집에 안 계시는 기간이 길었다. 상대적으로 대화를 할 사람이 적었다. 새어머니가 집에 오시고도 마음이 열리지 않아 말을 아끼는 습관이 생겼다. 외로움이 습관이 되었고 음지가 좋았다. 해가 지면 내 세상이었고 밤에 거리를 활보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음이 조금 녹아있는 기분이었다. 이때 어김없이 나왔던 건 노래였다. 입에서 흥얼거리며 가사의 내용에 빠져 가수와 감정이 같아졌다. 청소년 시절 라디오가 옆집에만 있었다. 가사를 열심히 졸업논문 대필하듯 옮겨 적었던 작은 수첩은 보물 1호였다. 가사를 열심히 외웠다.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성적도 좋았을 듯하다. 유독 어머니에 관한 노래는 ‘어머니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셨어요.’시작되는 남진의 노래를 좋아했다. 어머니 노래는 어린 시절 나를 소환했고 감정에 목마른 가슴에 사랑을 촉촉이 내려주는 것 같아 좋았다. 반면 나훈아의 노래는 가사가 마음을 움직이고 가슴을 울게 해 늘 흥얼거렸다. 어두운 골목을 이리저리 방황하며 청소년기를 지내야 했던 시기에 노래를 부르며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바다를 늘 접하고 살았기에 나훈아의 ‘해변에 여인’은 애창곡이 되었다.


“김 소장! 대만 고속철도 소장으로 나갈 의사 있나?”

“네? 웬 대만은?”

“으음 회사가 대만 고속철도를 수주했는데 그쪽 소장이 당신을 보내달래”

“네? 저를요?” 알고 보니 몇 년 전 지하철 함몰 사고 수습으로 만났던 분으로 그때 나를 눈여겨보았다고 한다. 회사에 매인 몸이라 대만 고속철도 소장으로 부임해 대만으로 갔다. 대만이 우리보다 노래방이 더 활성화되어 있어 놀랐다. 옛날 음악다방에서 사람이 노래를 틀어주던 시스템과 비슷한데 듣는 게 아니라 부르는 것이다. 현관에 들어서면서 노래 번호를 적어서 내고 노래 전주곡이 나오면 자기 노래라고 부르는 곳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자녀들과 함께 오는 가족이 많았다. 술을 팔고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인데 어린아이들도 동반하고 들어와 함께 즐기는 걸 보며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사는 방법은 모두가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고 조국도 떠나온 가족도 그리운 우리에게 노래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대만에도 한국 노래가 몇 곡 수록되어 있었다. 내 노래는 늘 같은 번호였다.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이었다. ‘한잔 술에 설음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갑니다.’라는 가사는 몇 번을 다시 불러도 가고픈 마음을 달래주기에 역부족인 명곡이다. 노래가 끝나고 앙코르 소리가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애창곡 김종환 가수의 노래 ‘사랑을 위하여’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가사는 ‘하루를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대 위해 살고 싶어’ 다. 그리고 ‘네가 아파할 때가 내 가슴을 철들게 했고’에서 내 마음이 멍멍해짐을 느낀다. 아내에게 철없는 남편으로 살아온 것이 후회되기에 공감하는 가사이다.


노래는 삶의 공간 속에 차지하고 있는 위로의 통로이다. 가사에 위로받고 목청 높여 부르며 가슴에 응어리를 풀어버린다. 몸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몸짓과 각종 흥을 키우는 기구는 분위기를 만족하게 만든다. 입은 말 하는 도구뿐이 아니다. 목청이라는 메뉴가 있어 음정 박자에 따라 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 위안을 주기도 하고 광란의 상태로 몰아가 경직된 신경을 되살려 놓기도 한다. 3분 남짓 한 시간을 투자해 얻는 기쁨은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노래는 잘 부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잘 부르는 것이 목표라면 가수가 되어야 한다. 우리 가수가 아니다. 노래로 머리를 식히고 가사를 녹여내 마음에 위로와 기쁨 얻기를 기대해 어린아이 옹알이하듯 열심히 흥얼거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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