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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일 Jul 30. 2024

말에도 겉과 속이 있다.

  2024년 처음 활동하는 센터에서 환경의 날 행사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환경에 관한 체험센터 해설 및 습지 해설 그리고 미세먼지 프로그램까지 3가지를 동시에 진행해 보기로 했다. 센터에서도 처음 행사라 준비도 다양하게 필요해 우리는 역할을 분담했다. 나는 미세먼지 팀 보조강사로 낙점되었다. 오후에는 활동하는 분이 전부 모이는 기회이니 단체식사를 하기로 했다. 해설사 미팅을 위해 외식보다도 간단하게 우리들의 먹거리로 준비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밭을 하시니 상추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난 흔쾌히 

“네”라고 대답했다. 밭에 있는 것은 가져오면 되고 나누고 살고픈 내 맘을 눈치챈 것 같아 오히려 감사했다.

“그럼 나는 밥을 해 올게요.” 다른 선생님 한 분이 말씀하셨다.

“네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지요.”

다른 분들에게도 하나씩 맡겨서 우리들의 모임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밭에 있는 식물 중 유일하게 아내의 손길이 꼭 필요한 것이 상추다. 심기도 힘들고 따는 것은 더욱 힘들다. 처음 떡잎을 잘 따주어야 좋은 상추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상추를 겹겹이 하나씩 정리하며 꽃대를 부러뜨리지 않고 따는 게 기술이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꽃대가 상한다. 꽃대가 부러지면 상추를 더 수확하지 못한다. 처음 것은 야들야들하며 순하고 연약해 더욱 긴장하며 정리해야 한다. 대충대충인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상추밭을 망가뜨릴 확률이 높기에 아예 포기한다. 아내의 차분하고 작은 체구가 제격이다. 8인분이라고 했지만 20명은 족히 먹을 상추를 아내가 준비해 주었다. 처음 식사를 함께하는 곳에서 남편이 기죽지 말라고 더운 날 비지땀 흘리며 상추를 챙겨준 아내는 늘 고마운 존재다.     


“어머 뭘 그렇게 준비하셨어요.”

“아침에 찰밥을 쪄왔어요.”

“아침 바쁘신데 고생하셨네요.”

순간 난 머릿속이 복잡했다. 찰밥과 상추? 어딘지 모르게 어울릴 것같이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길게 할 틈도 주지 않고 유치원 아이들을 태운 차량이 센터로 몰려왔다. 우린 각자의 역할로 자리 배치가 되었다. 그리고 각자의 몫이라 아이들과 체험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처음 하는 행사라 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12시가 넘어서야 우리들의 식사 시간이 되었다.     

 밥을 준비하신 선생님의 나무 가방에서 찰밥과 김 그리고 대파 김치 등이 나왔다. 한 분은 참외 그리고 센터에 계신 분은 쌈장과 쑥갓이 나왔다. 한 분이 내가 가져온 상추를 씻어왔다. 식사를 위한 밥상이 진열되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았지만 어울리지 않는 한 상을 받아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오신 분도 계셨다.

밥을 준비해 온다는 말을 각자의 해석대로 밥만으로? 밥과 반찬 등 완전히 식사 준비를 해온다는 걸로? 말의 속뜻을 오해한 것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커피 또는 설탕 조금 넣어주세요.” “거의 다 왔어요.” “감자 반만 깎아주세요.” “아파트 앞에 나가 있을게” “소금 살짝 뿌려주세요.” 등 수없이 많다. 감자를 반만 깎아달라는 아내의 말에 감자를 양으로 반이 아닌 감자 한 개를 반씩만 깎아 놓은 모양을 사진으로 보고 웃어 본 적이 있다. 이런 말의 속뜻은 주관적이어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말은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말에 들어있는 속뜻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행함에 방법도 무궁무진한 것 같다. 소통하는 각자의 해석으로 오해가 발생하고 오히려 소통의 도구가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녀와 부모 부부 등 가깝다고 생각할수록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속뜻 없이 이해할 수 있게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상대가 내 말의 속뜻을 알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소통을 감각적으로 시도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말은 듣는 사람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게 좋겠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정확히 의사 표현을 말로 전달하는 습관을 갖자. 말의 소중한 가치를 이해함으로 소통이 잘되고 사랑은 깊어질 것이다. 말을 하지 아니하고 살 수는 없다. 그리고 말을 표현하는 방법이 글이다. 즉 우리의 생각이 말이 되고 글로 표현되어 책으로 편집된다. 글은 문서로 남아 역사가 되기도 한다. 오늘 말의 속뜻이란 글을 쓸 소제를 얻어 감사했다. 하지만 말의 속뜻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해 마음 한구석에는 불편함이 남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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