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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일 Aug 02. 2024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며칠 무더위가 지속되는 날이다. 시원한 거실 바닥이 더위에 지치고 땀에 적셔진 몸을 파스 붙이듯 방바닥으로 붙잡는다. 핸드폰 속에 비친 온도 역시 32도를 알려주었다. ‘그냥 쉴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일어서려는 육체와 갈등을 겪는다. 오늘은 제11회 브런치 북 대상 수상작‘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 이도훈 작가를 만나는 날이다. 어렵게 북 토크에 참여하려고 애를 쓰고 노력했던 것에 비하면 쉽게 포기하고 싶어졌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나이에’ 자조 섞인 내 안의 목소리부터

“이 더위에 정신이 있어요. 컨디션도 안 좋으시면서” 하며 볼멘 소리하는 아내의 성화까지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집 밖을 나오니 달구어진 아스팔트 열기까지 감기 기운 남은 온몸을 감싸들어온다. 마지막 보루 얼굴도 기능성화장품 광고효과와 상관없이 홍시를 만들어준다. 용인 에버라인과 수인 분당선과 신분당선을 갈아타며 모임 장소로 갔다. 의도와는 다르게 30분 전이 아니라 10여 분 전에 도착했다. 장소를 찾는데 조금 버벅거린 게 마음을 바쁘게 했다. ‘여름휴가 기간이고 무더위에 유명작가도 아닌 신생 작가에 얼마나 사람이 올까?’ 반신반의하며 빈자리에 앉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리를 채웠다. 북 토크는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약간은 구석진 자리라 마음에 위안을 주었다.     


“이 자리를 위해 부산에서 오신 이도훈 작가님을 소개하겠습니다.” 작품을 선정하고 출판하신 대표이신 듯한 분이 대화를 이끌어주셨다.

“작가님은 지하철 에세이를 쓰신 최초의 작가이십니다.”

“아마도 그게 저에게 처음부터 이 책에 호감도를 높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출품작 8,800편을 읽어보며 선정한다는데 뭔가 매력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 같다. 기억해 보면 내가 직원이력서심사를 할 때도 그랬다. 출판사 대표님은 8,800편 전부를 읽어보셨다는데 사실일까? 그냥 믿고 싶다. 난 인사부에 있을 때 경력사원 이력서를 다 읽어보지 않았다. 틀 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예 배제했던 적 있기 때문이다. 

“작가님은 유머와 철학이 있는 에세이를 쓰셨는데 누구의 영향을 받았나요?”

“네 책을 어려서부터 좋아했고 책을 읽으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내용 파악이 완전히 될 때까지 읽습니다. 그리고 유머는 텔레비전의 1박 2일에서 유머나 위트의 앞뒤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철학자도 말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를 때리고 지나간 것은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사소한 것도 대충 지나가는 것이 없이 모든 것에 열정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작가로서 집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런치 북 작가로 대비하는 것도 두 번 실패하고 맥락을 잡았다고 한다. 브런치 북에서 찾는 작가 유형을 알고 도전하므로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작가가 성공한 것은 실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왜 되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재도전하는 방법에 차이를 느꼈다. 넘어졌다. 일어서보아야 일어설 때 요령을 배우게 된다. 넘어져 보지 못하고 계속 선 자세로 있다 보면 넘어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인가 넘어지면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작품의 세계에도 독자를 이해하려면 실패의 쓴맛을 맛있게 조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깨우치는 게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브런치 작가를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을 느끼며 자리를 지켰다. 사실 에세이를 시작하고 글쓰기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를 되살려 브런치 스토리에 입성했다. 가입 절차인 줄 알고 작가 신청을 처음부터 하는 것인가? 하고 빈칸을 채웠다. 그리고 며칠 만에 G메일에 “축하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는 제목으로 축하를 받게 되니 감개무량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하고 경쟁이 있는 것인 줄은 몰랐다. 로그인 후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가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몇 번씩 떨어졌었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다는 것을 북 토크를 통해 확인했다. 교만하지 말고 열정을 잃어버리지 말고 진정성 있게 꾸준히 내 방식대로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제12회 브런치 북 출판프로젝트가 있는데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도훈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방법을 사회자가 주문했다.

“네 출판사 대표님도 언급했듯이 출판사에서 뽑아주어야 하므로 독자가 읽어볼 만한 주제 설정이 필요해 보이고 자기가 쓴 것이지만 몇 번씩 다시 보고 수정해 업로드 하면~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말을 듣는 순간 반성하는 기회였다. 그간 얼마나 의식하며 글을 썼지? 그저 갈겨보는 정도로 글을 우습게 보지는 않았나? 또 있다. 수정은 얼마나 했나? 아니 다시 자세히 읽어보기라도 하고 올렸나? 물론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지 않고 글을 쓴다는 마음이었으니 자신에게 너무 나무라지는 말자.     

“이제 작가님 책을 현장에서 사셨거나 가지고 오신 분을 위해 작가님께서 직접사인을 해 주시겠습니다.” 줄을 섰다. 함께 사진을 찍는 열렬한 팬도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저도 지하철 시공 현장에 20여 년 있었습니다.”

“네 지하세계에 공감이 많으시겠네요.”

“여기서 책을 사, 다 읽지 못했지만 공감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저는 별이 두 개입니다.” 이도훈 작가님 눈이 번쩍이시며 

“무슨 별이죠?”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우리는 별이라고 합니다”

“제가 지하철을 시공하면서 사망자가 두 명이 있었다는 이야기죠.”      


  ‘김동일 님 지하세계로의 초대를 받아 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트가 적힌 책을 품고 눈을 감아보았다. 어두운 땅속에서 터널을 만들고 작업복에 땀에 적셔지며 현장을 오갔던 지하공간이 떠올랐다. 이제는 환하게 등이 켜지고 많은 사람에게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지하철이다. 새삼 이런 지하 세상을 만들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명복을 빈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를 충실하게 감당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지만 놓치지 않고 이야기로 담아낸 지하철 작가 이도훈 님을 만나면서 우리 글쓰기 모임에 북돋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은 혼자가 아니라 등을 떠미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더 느꼈다. 그도 그랬다. 멈추지 않게 북돋아 주는 에너지가 있었다. 오늘 만남을 통해 글을 써야 할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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