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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일 Aug 05. 2024

실수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

실수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     

  

  아내와 냉전 상태다. 해를 넘긴 사촌 형수에게 생선을 보내달라는 목적으로 보낸 10만 원이 화근이 되었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22년 여름 고향에 갔다. 사촌 형수는 어판장에서 생선을 판매하고 계셨다. 우리 가족은 휴가와 명절이면 그곳에서 생선을 사면서 인사도 겸하여 드렸다. 어차피 살 것을 형수에게 사자는 것과 믿을 수 있다는 점도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형수는 사촌 형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는 막내와 생활하고 계셨다. 사실 사촌이지만 난 별로 친숙하지는 않다. 형님의 어머님이신 고모가 계실 때 고모는 나에게 잘해주셨다. 겨울이면 항상 따뜻한 내복은 고모가 사주셨다. 우리 집이 가난하였기에 고모에게 물질적인 혜택은 삼대독자라는 이름으로 은덕을 입었다. 고모는 부유하셨다. 사촌 형님도 잘 사시는 편이었지만 우리 아버님께는 명절 때 제대로 찾지 않을 정도로 우릴 무시했다. 난 그런 어릴 때 아픔이 있어서인지 사촌이라지만 별 마음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런 불편한 관계 때문인지 필요에 따라 집에 찾아뵐 때도 있었지만 어판장에서 인사치레할 수도 있어 오히려 편한 부분도 있었다.


  아버님 추도 일이라 고향을 찾고 어김없이 어판장을 찾았다. 생선을 사고 형수가 제철에 생선을 보내준다고 하면서 주소를 적어 달라고 해 생선을 고향에 오지 않고 집에서 택배로 싱싱한 제품을 믿을 수 있게 먹을 수 있겠다는 희망에 주소를 적어드리고 겨울이 오기 전 돈을 먼저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10월경 난 명함에 있는 계좌번호로 10만 원을 보냈다. 그리고 형수와 통화를 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형수가 허리가 불편해 서울에 와 수술을 받으려고 입원 중이란다. 갑자기 돈을 보냈다고 말을 하지 못하고 통장에 찍혔으니 전화가 오겠지 하고 넘어갔다. 생선을 보내달라기도 그렇고 과일을 사 잡수세요. 하기도 그런 입장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일 사 잡수세요. 해버릴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생선 구매 작전은 1차 적으로 휴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2023년 여름 부친 추도 예배를 맞아 고향을 찾았고 다시 어판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형수가 사용하던 가게는 간판도 없고 옆집이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저 이곳에 장사하던 태길네는 ~~” 말이 끝나기 전에 돌아온 대답은 

“네 문 닫았어요. 이제 안 해요.” 

 

  형수도 찾아뵙고 그 일에 매듭을 지었어야 했다. 하지만 가족여행으로 온 목적이 더 컸으므로

 형수를 방문하는 것을 포기하고 계획된 여행지로 발길을 옮겼다. 물론 정이 가지 않은 관계라 찾아가지 않았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게 생선 구매 작전을 사업자의 폐업으로 파기되어 버렸다. 그런데 아내는 이 건을 몇 번째 꺼낸다. 그냥 화제를 다른 곳으로 넘기며 왔는데 어제는 식사 시간에 이야기가 나왔고 그 자리에서 전화하라고 다그치듯 말하는 게 마음이 상했다. 난 아내를 화나게 하고 말았다. 그렇게 다짐했던 무조건 아내의 말에는 “ 예 ” 하자고 했건만 순간을 또 넘기지 못했다. 아내는 자존감이 약해 내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단코 그럴 리가 없다. 아니다. 나 역시 환경 속에서 내 속에 움츠리고 있는 말할 수 없는 작은 아이가 있다. 이건 누구도 모른다. 나 역시 계모에게서 받은 콤플렉스가 나를 평생 짓누르고 있다.      

 

  아침 아내가 식사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일찍 나왔다. 어차피 나온 김에 걷기를 실행했더니 무거웠던 마음은 가벼워 더 걷고 싶었지만 꽃샘추위로 걷는 게 힘들었다. 경전철이 공짜라 경전철을 타기 위해 송담대역으로 갔다. 그런데 경전철 타는 곳에 소설 한 구절과 명언 한 마디를 읽어볼 수 있는 문구를 뽑을 수 있는 기계가 보였다. 난 마음을 잡으려고 오늘의 명언의 스위치를 눌렀다. 사르르 소리를 내며 나온 종이 속 문구가 나왔다.

“실수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였다. 


  실수는 할 수 있다. 다시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실수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내는 것이다. 너무 나를 학대하지 말자. 시간이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인 “지금 시인하자”“지금 실천하자”“지금 감사하자 ‘를 실천하기 위해 “여보! 내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잘못되었어. 하지만 당신이 다그치는 그 말에 감정이 올라왔어." 하며 이야기하면 된다. 누구나 화를 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저 "네"  하고 넘어갈 것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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