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를 주저하는 이유
길을 가려다 멈췄다.
지구의 수억수천 개의 길 중 하나,
무한한 가능성들 중 딱 하나인,
그저 끝없이 이어진 이 길이 정말 옳은지
몰라서
뒷걸음질 치려다 다시 멈췄다.
그저 흘러가기만 했던 시간처럼 타고 왔던 길들을 마주하기도
또 다다른 이 하나의 길을 잃어버려 후회하기도
두려워서
지나가던 행인을 붙잡고 물으려다 입을 닫았다.
그가 지니고 있는 지도가
내가 보기엔 너무 단순하고도 복잡해서
또 결국 그도 그저 자신의 길을 망설이는
또 다른 나였기에
불안해서
불 속에 갇힌 듯 답답한 가슴을 붙들고 울려다 눈을 감았다.
내가 생각 없이 내지른 울음소리가
이 길에, 이 골목에, 이 동네에
메아리치고, 또 메아리쳐서
그저 지나치던 행인도 자신의 길을 망설일까
미안해서
눈을 뜨려다 다시 눈꺼풀을 힘껏 눌러 붙였다.
길을 걸어가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지나가는 이 하나 붙잡아 물어보지도,
시원하게 울지도 못하는
굴러가지 못하는 조약돌 같은 내가
비로소 다시 세상과 마주했을 때,
아득한 저 멀리서부터 깎여왔던 단단한 몸이,
또 지나왔던 모든 길들의 따뜻함을 떠올릴까 봐
서글퍼서
숨을 쉬려다 말았다.
숨을 쉬려다,
말았다.
숨을 쉬려다,
또
말았다.
숨을 쉬려다,
또다시
말았다.
숨을 쉬려다,
결국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