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綠陰]

봄이나 여름에 잎이 무성하여 생기는 푸르른 그늘

by oksusu mi

푸른 가지 아래

시커먼 때를 묻힌 아이


바람 따라 짙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나무의 오랜 외로움을 달랜다.


아이는

납작한 자신 위로 무게를 싣는

생명의 땀을 다정히 닦아준다.


밤이 되면 아이는,

꼭 자기와 닮은 세상을 본다.


나무가 잠들고 나면

아이는 잠시나마 그것의 곁을 떠나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려 보인다.


그 웃음은 잠에 든

토끼도, 사슴도, 쥐도, 새도

나무도, 사람도

듣지 못하고


아이는 다시 해가 뜨면

묵묵히 나무를 깨우고

그의 옆에 누워

그를 사랑한다.


푸른 당신 아래,

시커먼 때를 묻힌 아이가 엎드려 자고 있다.


아이는

납작한 자기 위로 무게를 싣는

당신의 땀을 다정히 닦는다.


푸른 당신의 가지를 사랑하는

아이의 웃음을

들었는가.


아이에 기댄

당신의 웃음을

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