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은 찻잔

식어가는 것이 오히려 괜찮다고 느낄 때

by oksusu mi

깜빡거리는 전구 아래

아직 식지 않은 찻잔 하나가

주인을 기다린다


매일 앉아 꺼진 소파는

온도를 잃어가고,

통에 쌓인 각설탕엔

파랗게 곰팡이가 폈다


그럼에도 찻잔은

주인의 입술이 닿던 온도를 기억한다.


식지 못한 찻잔 속에

지난 매일의 즐거움도, 슬픔도

담겨있지 않다


그리움만,

후회만,

덩그러니 찻잎처럼

동동-


손님이 오지 않는

찻집이 무너져가도

찻잔은 식지 못하고


모든 게 얼어가는

차가움 속에

홀로 남아


조명이 꺼져가는 것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