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 나의 일주일은 평안했다. 이제 조금은 날 위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았기에 동네 친구와 맛있는 거, 좋은 거 사 먹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말이지 일주일 만에 그 아팠던 기억이 없어졌던 걸까? 검사결과 들으러 가야 하는 날, 남편이 물었다. ‘같이 가줄까?’ 난 단번에 거절했다. 같이 가자도 아니고 ‘가. 줄. 까.’에 나의 대답은 “됐어!”였다. (아마 신혼이 아직 안 끝나서였으리라 ㅋㅋ)
사실 맛있는 거 사 먹으러 자주 다녔던 친구가 같이 가기로 했기 때문도 있었다. 친구와 병원에 도착하고 끝나고 맛집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어디로 커피 마시러 갈까 얘기하던 찰나에 내 이름이 호명됐다. 그리고 진료실을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지 않으셨다.
내 얼굴을 보지도 않고 질문만 했다.
언제부터 위가 아팠냐고 하셔서 둘째 가졌을 때 입덧이 심했었다고 답했고..
살이 언제부터 빠졌나고 하시길래 둘째 낳은 지 아직 두 달 밖에 안 돼서 다 안 빠진 거 같은데요? 하며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도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또 질문을 하셨다. 짧은 대답을 했는데 또 질문을 하셨다.
순간…몇 초의 정적 후
내 얼굴이 굳어지는 걸 느끼며…
“왜요?”라고 물었고
“위암입니다”라는 짧은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또 정적…
눈물이 나지 않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다음 나의 질문은
“죽나요?”
의사 선생님의 대답은
“위치가 좋지 않습니다. 위암은 개복을 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만 전절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나왔다.
데스크 앞에 서서 가만히 미동도 하지 못했다.
간호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가 나를 보고 내게 왔다.
“왜 그래?”놀란 표정이 목소리만으로도
느껴졌다.
대답을 하지 못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친구는 간호사와 작은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았고
남편과 통화를 하는 것 같았다.
우린 아무 말도 없이 집으로 갔다.
“띠디 띠디”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누군가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었다.
아무 말 없이 나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그제야 눈물이 흘렀다.
한두 시간 후..
난 짐을 챙기고 아이들을 찾아
친언니네로 가기로 했다.
짐을 챙기는데 둘째가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갑자기. 미친 듯이.
둘째에게 뛰어가 둘째를 안고
오열했다.
아니 이제 갓 목을 가누는 둘째의 냄새를 맡으며
볼을 비비며.. 눈물이 범벅되어 비벼지지도 않는 볼을 그렇게 부벼댔다.
‘이 아이 아직 젖도 안 떼었는데.. 가긴 내가 어디를 가?’
이 피붙이를 두고?
내가 왜~~~~~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 머리는 이렇게 소리쳤고
내 가슴은 이걸 누르느라 미어졌다.
둘째가 웃었다. 우는 날 보고..
작고 가냘픈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려 했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을 이때 실감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비가 왔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게 꿈일까?
제발~ 꿈이었으면..
금요일이라 차는 막혔고
금방 현실을 즉시 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모든 경우의 수가 다 나왔다.
이 짧은 시간에…
내가 수술받다가 죽을 확률,
개복을 했는데 상태가 안 좋아 다시 닫을 확률,
수술 후 암이 전이 돼 재수술을 받을 확률,
수술 후 항암을 할 확률,
수술 후 재발 확률..
이 모든 확률은 30대 여자가, 그것도 비흡연자가, 그것도 비음주자가 위암에 걸릴 확률보다 낮았다.
확률은 이미 내겐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했다.
이 모든 상황을 생각하면서도
그려지는 건 아이들이었다.
생후 60일 지난 딸.
두 돌이 지난 첫째 딸.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창밖의 빗소리 덕에
내 울음소리는 남편한테까지 들리지 않았으리라..
정말이지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 마냥..
소리 나지 않는 울음이..
그냥 끝도 없이 흐를 뿐이었다.
언니네에 모든 식구들이 모였다.
엄마, 아빠, 언니, 형부, 남동생, 올케
그리고 아이들까지..
식구들이 왔는데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지만
다들 울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엄마가 먼저 터졌다.
날 끌어안았다.
난 신파극 같은 건 정말이지 찍고 싶지 않았다.
이미 언니네 오는 차 안에서
너무 많이 울어서 지쳐있었다.
그런데 눈물샘이 또 고장이 났다.
멈춰지지가 않았다.
난 애써 괜찮은 목소리로 설명을 하다가
웃으며 배냇짓하는 둘째 소리에
내 시선이 둘째에게 멈추자마자
눈물샘은 또 터졌다.
아니 정확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서웠다.
너무 무서웠다.
피하고 싶었다.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 울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