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현 May 24. 2024

딸 둘~ 영어유치원 왜 보냈냐고요?


아이를 영어유치원 보내고 후회한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영유를 마치고 같은 반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 줄 알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을 가서

내 딸은 같이 놀 친구가 없었다.


7세 때~

딸 : 엄마! 나도 소마 보내줘~

나 : 응?

      너 소마가 뭐 하는 곳인지 알아?

      가면 더하기 빼기 공부해야 해.

딸 : 그래도 보내줘~

      내 친구 누구도 다니고 누구도 다닌단 말이야~

      그럼 피아노 보내줘..

      그럼 미술학원 아님 태권도..

      씨메스, CMS, 영어도서관, 수영, 팩토, 발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둘째였다.

물론 나도 첫째 때는 한 두 달씩은 보내보았다.

그리고 알았다.

다~ 돈 지 X이라고~


나는 딸자식 둘 다 영어유치원을 보냈다.

보낸 이유는

첫째,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가능했다.

둘째, 쉽게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프로그램이 맘에 들었다.

셋째, 문화를 학습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었다.

넷째, 내가 못 해주는 공부습관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형성해주고 싶었다.


이런 이유로 영어유치원을 선택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첫째, 같이 놀 아이들이 없다. (대략 95% 아이들은 끝나고 학원을 간다)

둘째, 너무 이른 나이에 경쟁의식이 생긴다.

셋째, 엄마들 모임에 가면 피곤하다.


여기에 영어실력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는 필자의 생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유의 졸업 유무가 영어실력 혹은 수능 영어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고!

단지 영어를 받아들이는 태도나 시초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영어유치원에 돈을 쓴 이유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 보는 경험을

공부를 시작하는 나이에

문화체험처럼 해주고 싶었다.

지난 글에서 얘기했듯

사립초를 몰랐던 나의 자격지심이 있지 않았을까?


반백년을 조금 못되게 살아보고 생각한 것이 있다.

문화체험, 경험학습만큼 오래 남는 게 없더라~

먹는 것도, 옷도, 명품도, 주식도, 그 무엇도 없어지는데

내가 천만 원 빚내서 20대에 다녀온 뉴욕생활은

아직도 살아가는데 내게 큰 힘이 되는 기억이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땅굴을 파며 삶이 버거울 때도

이 기억이 나를 올려주는 힘이 되더라.

그럼 천만 원 들인 그 체험은..

그 가치는 과연 얼마쯤 이란 말인가??


나는 정확히,

내가 해보지 못한

어린 시절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그 생활권에서 있는 게

당연하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문화체득을 어릴 때 한 번은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물론 반대의 문화체험도 나는 반드시 해주리라..


딸이 초3 때,

하루는 책가방을 안 메고 학교에 가더라.

난 그냥 두었다.

전화가 왔다.

가방 좀 가져다 달라고.

난 대답했다.

미안해~ 엄마가 갈 수 없는 상황이야~

혼내주고 가져다줄까 잠깐 고민했지만..

지금 아니면 못해볼 것 같아

그대로 밀어붙였던 엄마다.


물론 이 이상의 체험도 해주고 싶은 엄마이고^^


이제 재수가 없으면(?) 120살까지 사는 세상이라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흔이 넘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생각한다.

내 자식들은 나보다 더 풍요로운 기억 속에서

살아가게 하고 싶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엄마나 주양육자의 가치관으로 키우는 게 아닐까?

엄마의 사고방식, 경험들은 아이에게 매우 큰 영향을 준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아마 나의 자격지심은

나를 단단하게 하는 매개체가 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