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부모님은 학구열이 전혀 없으셨다.
어딘가에 썼듯이.. 엄마는 어릴 때부터 나에게
“송충이는 솔잎 먹고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자란 내가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쩜 거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국민학교 1학년때 우리는 매일 일기 쓰기가
숙제였다.
느려터지고 곧이곧대로인 내가
숙제를 안 해갈 리 없었다.
지극히 내성적이었던.. 더 정확히는..
국민학교 3학년까지는 입에 곰팡이가 필 정도로
한 마디도 하지 안 했다.
당시 짝이 지우개 빌려달라고 하면
쳐다보지도 못하고 자기 지우개만 건네는..
그런 아이였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조회시간에 상을 주시는 게 아닌가?
숙제로 해서 냈던 걸 ‘일기상’으로 준 것이었다.
난 너무 부끄러워 머리가 하얬던 기억이 있다.
받자마자 얼른 가방에 넣어 집에 왔다.
집에 와서야 꺼내보고 엄마에게 보여줬다.
당시 3형제 키우며 살기 힘들었던 엄마는 ‘잘했어’가 끝이었다.
2학년때는 불조심 포스터, 표어 등..
뭐.. 이런 걸 그렇게~나 시켰었다.
(그 당시 산불이 유행이었던 것일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걸 하고 나면
표어상, 글짓기상.. 꼭 이런 걸 받았었다.
3학년때의 일이다.
난 3학년 때까지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었던 아이다.
머리 털나고 태어나 처음 읽은 책은
학교에서 나눠주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숙제로 내주었던 ‘호국의 길목에서’였다.
정확히 기억한다. 내가 처음 읽었던 책!
책 한 권을.. 그 긴 글을 다 읽고..
억지로 억지로 독후감이란 걸 써갔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전체조회시간에 또 호명이 됐다.
‘최우수상!’
이런 식으로 상은 여러 번 받았으며
중학교 때 백일장상까지..
그리고 문예부장까지 했었다.
그러나..
난 여전히 책을 안 읽는 아이였다.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만화를 보든 드라마를 보든..
등장인물인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나라면 안 그랬을 텐데.. 에 꽂히면
꿈에도 나왔던 것 같다.
어릴 때 난 이해가 안 됐다.
신데렐라가 착해서 복을 받은 건지? 예뻐서 복을 받은 건지?..
흥부는 형인 놀부를 사랑했던 것일까?
놀부에게 왜 그렇게만 대했을까?
흥부가 놀부에게 다른 처우를 했더라면 놀부의 욕심이 그렇게까지 커졌을까?
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책들은 나에겐
이해되지 공감되지 않는 글자 투성이일 뿐이었다.
이런 모든 궁금증은 당시 물어볼 곳이 없었다.
그렇게 이해 안 되는 지적 호기심은 쌓여만 갔고
그걸 터트린 건 성인이 되고 ‘무소유’를 읽는 중간 페이지 정도였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아직도 기억한다. 3호선 신사역에서..
내 무릎을 치는..
아니 그 어린 나이에..
와~~~ 와~~~ 와~~~ 이거였구나!
어차피 안 된 건데………!!!!!
마음까지 다칠 필요가 없는 거였구나!
안 된 걸 속상해하면 내 마음까지 나락으로 가는구나..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내 마음뿐이구나!’
이 책은 나를 터닝포인트에 놓아준 아주 귀한 선물 같은 존재이다.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 생각해 보면
그때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난 다른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하는 힘!
맞다! 이거다!
내가 생각하는 힘이, 생각하는 근육이 강하다는 걸
난 불혹을 훨씬 넘어 지천명을 바라보고서야..
요 근래 알았다.
얼마 전 베스트셀러라는 해빙이란 책을 읽었다.
그 책에서 하는 중요 메시지도 이와 같은 맥락이더라~
내가 가장 아꼈던 건 돈이 아닌 내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돈을 쓰며 가치를 느끼며 즐거워할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부자는 아니다 ㅋㅋ)
가치소유, 있음을 생각하는 여유,
그리고 내가 꽂힌 행운이란 이름의 효율성!
(효율성은 다른 편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건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쉽게 변하지 않는..
이 책을 20대 초반에 만난 게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법륜스님의 말씀으로도 이제껏 살아온 방식을 바꾸는 건 살아온 만큼을 다시 살거나, 죽었다 깨어날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삶” 안에 돈이, 부자가, 성공이, 행복이 있기에
그 많은 제목들로 베스트셀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닌..
나의 생각, 나의 자세이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의 틀은 자격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초이자 기둥이다!
브런치에 정말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
가끔 글을 읽다 보면
내가 겪은 고통을 정말 솜사탕 정도로
만들어주는 글들도 있다.
그 글들에서 그들의 느낀 경험과 고통을 통한
내공을 느끼노라면 글자에 존경을 표하고 싶은
경지에 이른다.
이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아픔부터
숨기고픈 자격지심까지 신랄하게 드러낸다.
어떤 생각의 과정을 통해
글로 풀어내는 결과까지 왔을까?
운동선수들이 주기적인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
작가 역시 매일 생각하며 ‘생각의 근육’을
키운 건 아닐까?
요즘시대!
깊이 사고할 수 있는 능력!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미세하게나마 세상을 바꾸는 힘이리라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