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민애 교수님의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일 뿐 아니라
문해력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실제 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만점자보다
국어 만점자가 훨씬 적다는 사실은
중고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아마 알 것이다.
그리고 아래의 말이 이해될 것이다.
‘나중에 집을 팔아도 안된다는 국어’
이런 뉴스들이 나올 때마다
수학선행을 달리는 엄마들은
더 큰 불안에 사로 잡힌다.
영어도 아닌, 숫자도 아닌,
우리나라 말이 뭐가 그렇게 어렵기에
국어 만점자가 나오기 힘들까?
수능만점자나 혹은 SKY대학 출신자들 또한
입모아 얘기하는 것이 바로 문해력이다.
서울대 출신 유명 유튜버는
아예 수학능력시험은 수학을 제외하고
영어까지 포함하여 문해력 시험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럼 도대체 문해력이 무엇이란 말인가?
문해력은 말 그대로 글을 쓰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우리의 모국어는 한글이다.
한글을 늘 쓰는 우리 한국사람이
한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대한민국에 자녀를 둔 사람,
혹은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대부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분명히, 내가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공부머리 독서법’의 저자 최승필 작가님은
몇 해전 강연에서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이
OECD국가 중 거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해준 적이 있다.
헌데 그 수준이
약 사용설명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도라는 것.
큰 충격이었다.
나는 여기서 궁금해졌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약 복용 시점을 물어볼 때,
‘식후 30분’을 이해하지 못해서 물어볼까?
읽기 싫어서 물어볼까?
빨리 알고 싶어서 물어볼까?
통계를 내어 본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읽기는 귀찮고 핵심만 빨리 알고 싶은
이 바쁜 현대인들의 심정을.
생활 속 예로,
가정에서 아이랑 놀아줄 목적으로
보드 게임을 샀다고 가정하자.
보통 아는 게임을 사거나,
게임의 방법을 유튜브나 짧은 숏츠로 보고
바로 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게임의 설명서를 아이에게 읽게 하거나
같이 읽어서 이해한 다음 게임을 진행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될까?
게임 설명서 같은 것을 읽는 것은
비문학을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연습이 된다.
대부분의 게임 설명서는
처음에 게임의 개요가 나와있고
다음 순서의 설명이 나오고,
다음은 헷갈리는 부분이나 규칙을 명시해 주며
종료 시점과 승부의 여부 설명까지 나온다.
초등 시절에 이처럼 흥미로운 비문학 부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다.
모든 책에서 동일하게 얘기한다.
엄마가 주는 책이 아니고
아이가 재미있어서 빠질 수 있는 책!
문해력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이지
공부의 부분이 아니다.
나아가 삶을 윤택하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초등시절 아이에게 우주는
주 양육자인 엄마일 것이다.
엄마보다 큰 존재는 없다.
그런 엄마가 같이 책을 본다면
아이는 책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냥 숨 쉬는 것이 된다.
누구나 당연히 숨 쉬는 것처럼
책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시도한다.
그러나 엄마가 책을 봐야 한다고 설득을 한다면
아이는 그 말을 듣는 그 당시에만
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다.
심지어 어른들도 그러하기가 쉬운데
아이들은 반드시 환경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거울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AI시대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더 나아가 비판적 사고를 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해력은 우리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요소이다.
이것을 성장시켜야 공부도 잘할 수 있으며
삶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아이의 다음 레벨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와 같이 읽을 책을 고르거나
엄마가 읽을 책을 고르거나.
그 두 책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그냥 아무 데서나
편하게 읽으면 된다.
오늘의 반찬 걱정이나 설거지와 같은,
중요도 떨어지는 일은
잠시 미뤄보면 어떨까?
이 책에는 문해력이 무엇인지,
문해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었거나,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꼭 이야기 할 부분이 있다.
읽다가 혼자서 빵~~~ 터진 부분이 있다.
첫 번째 챕터의 마지막 부분의 제목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사람마다 같은 책을 읽고 모두 다르게 받아들인다.
아주 쉽게, 건강에 관한 책을 읽은 사람들을
예로 들자면..
첫 번째, 건강에 유익한 음식들의 정보를 기억하는 사람.
두 번째, 건강에서 주요 영양소나 주요 사항만 정리하는 사람.
세 번째, 건강에 해로운 것을 기억하는 사람
이렇게 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때,
과연
누가 이 건강 관련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필자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박사님의 말씀을 듣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건강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기보다는
건강에 안 좋은 걸 안 먹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백날 술로 과음하면서
간에 좋다는 쑥과 마늘을 왕창 먹었다고
가정해 보자.
혹은 매일 육식과 밀가루 음식을 먹으며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먹는다고 가정해 보자.
결과는..
아마 누구나 상상할 것이다.
이것은 비단 건강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좋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등..
너무나 많은 정보들을 듣고
또 그것을 자신의 삶에 대응하고
그 과정의 오류를 감당하며 살고 있다.
그 많은 정보 중에 자신에게 딱 맞는 정보가 있었는지..
삶에서 하지 말아야 될 것만
잘 지키고 사는 것만으로도
잘 살고 있다는 것.
육아에서도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
그것들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의 기억 속 어린 시절.
옛 기억 속에 정말 처참하거나,
혹은 치욕스럽거나,
또는 아픈 자격지심으로 자리한
그 기억을 들쳐보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아주 기본적인 것들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최소한의 선이 무너지며 자존심이 상하거나
기본권이 무너지며 처참함을 느꼈거나..
지금의 아이들 역시
무언가 대단하거나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훗날, 내 아이도 지금의 내가 부모를 원망했던
유사한 내용으로 같은 마음일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러하다.
문해력은 공부가 아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도구이다.
문해력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이다.
그러나 책은 재미가 있어야 읽을 수 있으며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의 시간은
초등시절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엄마들의 니즈에 맞춰
추천도서를 세부적으로 단계별로 정리해 주셨다.
아마 욕심 있는 엄마들은
그것들을 보고
국어 로드맵을 그렸으리라 우려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주요 포인트도 놓치고
추천책 리스트를 주요 목록으로 정리하지 않았을까
염려스럽다.
그리고 지양해야 하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정리되어 있다.
- 초등학교 문법은 아직, 그 시간에 받아쓰기 및 맞춤법 하나 더 가르치기
- 8세 엄마 : 자녀 영어책 AR4.0 읽기 부러워하지 말기 (초등 4학년 정도의 책 읽기 문해력 수준을 더 부러워하라. 모래성을 쌓는 자녀로 양육하지 말기)
- 독서록 3 줄 쓰는 아이에게 영작 리포트 과제 강요하지 말기
- 문제집 하루 3장씩 풀라고 시키고 아이에게 상처 주고 혼자 울지 않기
- 책 1권을 다 읽지 못하거든 꾸중이 아닌 다른 방법시도, 사춘기가 오면 독서 따위는 문젯거리도 아니다
-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내용이다
웃픈 이야기이다.
학군지일수록 아마 더 공감할 내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며 나민애 교수님의 교육방향 또한 가장 잘 느낀 부분이다.
넘지 말아야 할,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얘기해 주고 있다.
간혹 열정이 넘치는 엄마들의 과한 열정이 아이를 오히려 망치는 경우들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아이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아이는 엄마의 표정에서 자신을 본다고 한다.
아마 다들 공감할 것이다.
어느 날 아이가 와서 엄마의 눈치를 보며
‘엄마 화났어?’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가?
아이가 본 표정은 훗날 내 아이의 표정이 될 것이니..
이 책을 읽으며 추천 도서목록에 거론된 책은
품절되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말아야 되는 것에 밑 줄 그었을까?
기어이 그 강을 건넌 후에
좋은 도서들을 아이 손에 쥐어 주는 것은 아닐까?
모든 걸 다하려고 욕심내지 말자~
물론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누구에게나 지지 않을 것이다.
마냥 주어도 모자란..어미 마음.
그러나 그 또한 지나치거나 넘치면 독이 된다.
어차피 나의 총량은 정해져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하는 것만이라도! 피해 가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것이 최선이라는 걸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