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군가 내게 글을 왜 쓰느냐고 묻는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당황하며 그제야 나도 내게 왜 글을 쓰는지 물었다. 아마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기에 썼을 수도 있고 쓰고 싶어서 썼을 수도 있다. 그저 타의적으로 글을 써야만 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중학교 때 방학 숙제나 수행평가로 했었던 독후감과 대학교 과제로 했던 레포트 그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글을 쓰고 싶었을까. 보통 내가 글을 자주 쓰는 순간은 두 가지 정도로 나뉘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절절히 슬프고 힘들어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고 싶지 않을 때, 그리고 고속버스를 타고 고향을 내려가는 창밖을 보다가 문득.
혼자 집에서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모든 불을 다 끈다. 나는 이것을 아마 아늑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아늑하다고 느끼는 것은 마음에 안정을 준다는 것이고 마음이 안정되면 생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느껴서인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글에 담으려고 하니 마음에 안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히 불을 껐다. 이런 순간에 나는 나에게도 솔직해진다. 평소에는 나를 잘 인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나를 매개체로 열심히 하도록만 만든다. 그래서 내가 힘들다는 것에 관대하지 않다. 어쩌면 글을 쓰는 이 순간 나에게 솔직해짐으로써 나의 그런 모습을 꾸짖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나에게 너무 모질었기 때문에 내가 나를 혼내는 의미로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무 힘들고 지친 하루를 글로 담으면 그저 그것도 다 지나가리라고 생각이 든다. 나는 이것을 정신없는 마음과 고민을 정리해서 마음의 작은 서랍에 넣는 것으로 생각한다. 널브러져 있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신경 쓰이게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정리해두면 그것이 앞으로 나를 그쪽으로 마음 쓰지 않게 해준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혹은 써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빠르게 느껴진다. 멈춰있던 전봇대도, 너른 들판도, 멋들어진 집도 모두 빠르게 달려간다. 나도 모르게 그것들과 나를 비교하다 보면 내가 가장 느리다. 언제나 그 멈춰있던 것보다 내가 빠르게 움직였던 것 같은데 느리다고 생각하니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내 몸이 빠른 만큼 생각도 빠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창 밖의 모든 것들을 빠르다고 인식할 때면 오히려 내 머릿속을 빠르게 돌고 있는 이 질문들과 고민을 천천히 움직이게 한 채로 살펴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뒤섞여있던 마음을 정리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모든 것들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때 나는 노트를 편다. 나의 모진 마음들은 지나가는 전봇대에 하나씩 걸어두고 다음에 또 돌아올 때 찾기로 한다. 또 나를 웃게 해주는 생각들은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 한 줄 넣어 다음에 이 노래를 들을 때 생각하려고 한다. 그렇게 여기저기에 내 생각과 마음을 던져 놓고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글을 쓴다. 그저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의 감정과 느낌을 더 깊게 담을 수 있고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에도 나를 담아놓을 수 있어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