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는 우리가 그것을 장미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향기로울 텐데. "
무엇이 먼저인지 그 선후 관계를 알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흔히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하는 의문이 대표적인데, 또 사고와 언어 중 어떤 것이 먼저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언어 우위론적 관점에 대해서 대표적으로 주장한 여러 학자가 있다. 우선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와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인 세계관까지 결정한다”라고 했고, 사피어(Edward Sapir)는 “인간은 객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매개로 한 세계에 살고 있다.”라고 하였으며 워프(Benjamin Lee Whorf)도 “언어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의 양식을 결정하고 주조한다.”라고 하였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가 행동하는 양식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실제로 그 세계를 경험해서 그것을 그대로 나타내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서 그것을 정의하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색을 바라볼 때 그것을 온전히 다 표현하지 못 하는 것은 색이 한정적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그뿐이기 때문이다. 비가 온 뒤에 나타나는 무지개의 색을 우리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7개의 색으로만 한정하지만,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주황색에서 노란색으로 넘어가는 그 경계에 있는 색은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하늘을 표현할 때도, 바다를 표현할 때도 모두 푸르다거나 파랗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실제로 그 두 색은 다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실험에서도 흔히 쉽게 이름 지어진 색을 가장 먼저 구별하는 것을 통해 언어가 사고를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사고 우위론적 관점에 대해서는 대표적으로 셰익스피어가 남긴 “장미는 우리가 그것을 장미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향기로울 텐데.”라는 말이다. 우리가 장미를 장미라고 이름 지어서 장미의 향이 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꽃이 있고 그 꽃에서 향기로운 향이 나는 것은 변함이 없고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단지 그것의 이름을 장미라고 지었을 뿐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는 많은 색과 향기, 여러 가지 요소들을 우리는 모두 느낄 수 있다. 단지 그것을 언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고하는 과정에서 인식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처럼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받았고, 사고하고 있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지 못한 것이지, 그것을 사고하지 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두 관점은 결국 상호 의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다양한 것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깊어지는 것과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단어를 학습하는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서로가 없는 것은 불완전한 상태이며 서로를 통해 그 세계를 더 확장 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