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픈 것과 마음이 아픈 것, 내가 아픈 것과 네가 아픈 것. 그 무엇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기에 그 둘은 다르지만 같다. 몸이 아플 때 마음에도 병이 드는 것과 마음이 아플 때 몸에도 그것이 나타나는 것,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마음에도 깊은 아픔이 자리하는 것과 그 마음의 아픔으로 말미암아 네 눈에 눈물이 나는 것, 또 그 모습을 봄으로 인해 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 것과 그 마음이 길을 잃어 슬픔으로 흔들리니 몸은 또 축 처져 버리는 것. 역시나 다르지만, 똑 닮았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상처, 나와 너의 아픔, 그 어느 것도,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왜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며, 그것에 대해서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모든 일에는 뜻이 있다고 하는데 우린 이를 통해 무엇을 해석해야 할까.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이, 네가 내게 다가와 준 것이 그 선택의 일부였다면, 그로 인해 우리가 이렇게 아파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그때 그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할까. 그랬다면 없었을 지금의 이 아픔의 크기와 우리가 긴 시간 동안 간직해 온 많은 기쁨의 크기 중 그 어느 것이 우선한다는 것일까. 선택하지 않은 많은 것이 우리에게 주어졌는데 왜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걸까. 차라리 그 대답도 우리에게 주어졌다면 그저 따랐을 텐데, 오히려 지금의 이 아픔이, 그때의 그 기쁨을 앗아가는 것 같아서 마음에는 더 큰 병이 찾아온다. 그리고 또 꼬리를 물고 찾아올 그 아픔들이 두려워 나는 그저 이 자리에서 뜻 모를 표정을 지은 채로 멈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