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혹은 화날 때도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인 감정이 들 때도 있다. 사람들은 감정이 반복되다 보면 그 감정에 무뎌진다는 표현을 한다. 무뎌진다는 것이 무엇일까, 흔히 날카로운 칼날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날이 닳아 처음보다 잘 잘리지 않을 때 무뎌졌다는 표현을 쓴다. 과연 감정에도 무뎌짐이 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슬픈 영화나 노래를 보고 듣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만약 감정이 무뎌진다면 슬픈 영화를 볼 때 전보다 덜 슬퍼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영화마다 슬픈 정도가 달라서가 아니라 같은 영화를 봐도 그렇다. 오히려 나는 같은 영화를 다시 볼 때 더 큰 슬픔을 느끼는 편이다. 가끔은 그 영화가 너무 슬퍼서 마지막까지 볼 수 없으리만큼 감정이 크게 느껴져 힘들어서 영화를 끄곤 한다. 스스로 슬픔을 느끼는 것에 감당이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나만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또 나만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깊다. 사람들을 만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와 동시에 우리는 이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지만, 모든 이별은 쉽지 않다. 만약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라면 같은 일을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생각하기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감정은 무뎌지는 것보다 소모되는 것 같다. 내가 슬픔을 느낄 때 그것에 무뎌지기보다 전에는 지금보다 잘 감정을 조절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그 감정에 쓸 기력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사람들이 많은 이별을 경험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별에 대해서 슬픈 마음이 커지는 것에 그것을 느꼈다.
사실 감정을 슬픈 것에 국한해서 표현하는 것에 조금의 모순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경험이 모든 것에 해답인 것처럼 감정이 반복돼서 무뎌진다는 것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것이 아님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한 명제가 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도 참이어야 하는데 하나의 거짓이라도 발견된다면 그것은 참이 아니다. 그렇기에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정은 무뎌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