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를 따며 가을을 담는다

속달동 이야기

by 지현옥


연휴 내내 이어진 비가 그치고

반짝 든 햇살이 반갑다.

벚나무 가지는

부쩍 앙상해졌고

배롱나무도 소복이 잎을 떨구며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불어난 개울물 소리는

한층 맑아졌다.

개울 건너 논배미엔

수확을 앞둔 벼 이삭들이

고개를 숙였고

허수아비에도 아랑곳 않고

가을의 풍요를 맛보는

새소리가 요란하다.


그 사이로 쓰러진 벼를 세우는

농부의 새 쫓는 소리가

간간이 울려난다.


​햇살이 내린 마당 곳곳에

메리골드가 흐드러졌다.

화단에는 물론이고

고구마 고랑 옆에도

쪽파 자리에도

주황, 노랑, 빨강이 어우러졌다.

노란 가을볕을 닮았다.


​메리골드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내내

꽃 따는 기쁨을 준다.

꽃을 따주어야 더 많은 꽃을 피운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꽃말이 아니어도

꽃을 따는 시간은 즐겁다.

똑똑 부러지는 경쾌한 소리와

메리골드의 진한 향은

꽃 따는 손맛을 더한다.

가을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마실 나온 이웃과 생꽃잎차를 나눴다.

노랗게 우린 꽃잎차는

생 꽃의 진한 향과는 달리

은은한 가을 향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시간을 채집하는 것이라는

드라마 속 표현이 생각난다.

사진이 순간의 시간과 기억을

모으는 것이라면

꽃 차를 만드는 일은

계절을 담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색과 향, 맛을

고스란히 담아 간직하며

때때로 지나간 계절을 느끼는 일.

어김없이 올해도

메리골드 차로

가을을 담으려 꽃을 딴다.


수북이 쌓인 꽃잎을 보며

또 하루 가을을 보낸다.

짧아서 아쉬운 계절

성큼 우리 곁을 달아날 것을 알기에

기꺼이 오늘도

가을속에 온몸을 적신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맡으며 맛본다.

이 가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