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 가보기로 했다.
다낭에서 멀지 않은 매혹적인 소도시, 호이안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타운'이 있다. 기대를 안고 짐을 챙겼다.
가는 길목에 오행산과 안방비치를 지난다. 오행산의 신비로움과 안방비치의 여유를 즐기며 가자고 그랩 택시 대신 오토바이를 선택했다.
트렁크는 호텔 프런트에 맡기고, 2박을 위한 몇 가지 물건과 옷가지를 배낭에 챙겨 매고 완전무장을 했다. 작은 스쿠터지만 마스크, 헬멧은 물론 보안경, 바람막이까지 할리데이비슨 라이더 이상이었다.
호텔 스태프들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뒤로하고 출근 시간을 피해 부릉부릉 시동을 걸었다. 도로를 꽉 메운 오토바이 물결의 흐름을 타고 시내를 빠져나오기까지는 위태위태한 모험이었다.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해안도로에 접어들었을 때의 해방감이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생경한 기분이었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달리고 싶을 때 달릴 수 있는 자유, 바람을 가르는 짜릿함, 나이와 무관하게 날아갈 듯했다.
마주할 호이안의 풍경보다 당장 뺨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이 더 오래 기억될 것만 같았다. 비교적 잘 정비된 도로 위에 예쁜 수형의 가로수들을 보며 금세 오행산에 닿았다.
평지 위에 우뚝 솟은 다섯 개의 봉우리, 오행산은 거대한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블 마운틴'이라고도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안하게 오를 수 있었다.
산 자체가 불교 사원으로 불상과 불탑들이 곳곳에 보였다. 불상이 모셔져 있는 거대한 천연동굴에 발을 들였다. 천정에 뚫린 구멍으로 환한 자연 빛이 내리고 있었다. 불상 위로 쏟아지는 한 줄기 빛은 인디아나 존스가 된 듯한 묘한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했다.
다시 시동을 걸고 남쪽으로 내달려 두 번째 쉼터 안방비치에 이르렀다. 안방 비치는 미케 비치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다낭에 미케가 있다면 안방 비치는 호이안 주민들의 안방 같은 휴식처다.
체에 친 듯 고운 모래해변, 파도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둥근 바구니 배, 부서지는 파도에 기꺼이 몸을 던지는 서퍼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한가로운 풍경에 세상의 속도가 잠시 멈춘듯했다. 야자수 잎으로 엮은 원두막 아래 썬베드에서 나도 모든 걸 내려놓았다. 휴대폰을 끄고 책을 읽다 눈이 무거워지면 잠시 덮어두어도 좋다. 이곳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완벽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간혹 과일이나 군짓 거리, 소소한 공예품을 들고 행상인들이 말을 붙여 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린 망고 한 팩과 볶은 땅콩을 샀다. 다른 상인들까지 왔다. 한두 마디 아는 한국어로 이쁘다, 멋지다를 연발했다. 크게 살만한 물건도 없고, 가격도 파는 사람 맘대로였지만, 코코넛 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한 세트 샀다.
가족들이 직접 만든다고 했지만, 진짜 수공예품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공짜로 누리는 자연의 호사에 대한 대가로 기꺼이 지불했다. 내가 누리는 행복만큼 그분들도 오늘 하루 작은 기쁨을 맛보길 바라며.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최종 목적지 호이안에 입성했다. 다낭에서 호이안까지는 오토바이로 40분 정도의 거리지만, 해안의 정취에 빠져 해 질 녘에서야 도착했다.
노란 벽면과 부겐빌레아 꽃이 흐드러진 올드타운 골목 사이로 주황빛 노을이 번져갔다. 어둠이 내리며 조용했던 거리가 형형색색의 홍등으로 다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투본 강가에 하나둘씩 조명이 켜지자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는 '모닝글로리' 식당을 찾아갔다. 운 좋게도 투본강이 색색으로 물드는 걸 볼 수 있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생각보다 품격 있는 음식점이라 안방 비치에서 편하게 늘어져 있던 차림으로 음식을 받기가 민망했다.
식당 이름처럼 대표 메뉴인 모닝글로리(공심채) 볶음의 마늘 향이 입맛을 돋우었다. 물론 맛도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유명세를 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투본 강물에 떠가는 등불과 작은 종이 소원배, 관광객들이 쏘아 올리는 조명탄들이 뒤섞인 이국적인 야경을 보며, 도착부터 호이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