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타고 '후에'로

by 지현옥


닭들의 홰치는 소리에 깨어났다.

중심지 호텔까지 닭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작고 정겨운 호이안에서 이틀을 묵었다. 숙소에서 조식을 든든히 챙겨 먹고 다시 다낭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토바이에 올랐다.


올드타운을 벗어나자 평화로운 농촌의 정취가 펼쳐지며 논에 볍씨를 뿌리는 농부들이 보였다. 숙소 정원에 몇 송이 피어난 플루메리아를 보았는데 역시 모내기를 할 만큼 기온이 많이 오른 거였다.



​온 동네, 온 가족이 출동하던 우리의 모내기와는 다르게 무논에 농부 혼자 볍씨를 뿌리고 있었다. 모판을 만들지 않고 직파로 수월하게 벼농사를 짓고, 2 모작 3 모작이 가능한 나라다 보니 논에서 후한 인심이 나온다. 식당에서 흰쌀밥이나 쌀국수사리를 추가하면 먹고도 남을 정도로 뚝배기 가득 푸짐하게 준다. 열대과일도 싸고 지천이라 주머니가 얄팍한 여행자들에겐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다낭에 도착하여, 며칠간 우리의 애마가 되어준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거점 숙소에 맡겨두었던 트렁크에서 옷가지를 교체했다. 곧바로 후에 행 열차를 타기 위해 다낭역으로 향했다.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여느 기차역처럼 대합실은 사람들로 붐볐다.



호찌민과 하노이를 오가는 열차가 하루에 몇 번씩 다낭을 거쳐 후에 역에 선다. 다낭에서 후에 구간은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노선이다. 기대가 되었다. 특히, 하이반 고개를 달리는 구간은 CNN에서 선정한 세계적인 절경으로 알려져 있다.


기차는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국토를 따라 우리의 동해안 바다열차처럼 바다를 끼고 갔다. 스치는 바다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하이반 고개를 넘을 때는 CNN의 평대로 절경이 펼쳐졌다. 급하게 예매한 자리라 창가는 아니어서 사진을 맘대로 찍을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옆 자석에 앉은 여행객이 한국인이라 여행정보도 서로 주고받으며 후에까지 2시간 40분이 후딱 지나갔다.


치앙마이에서 1년살이를 끝내고 3개월째 다낭에서 혼행을 즐기고 있다는 은퇴자는 자칭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여행은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이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스쳐 지나는 풍경처럼 길 위의 인연은 여행의 맛을 더한다.



후에의 첫인상은 다낭과는 달랐다. 우리나라 경주 느낌이었다. 시골 간이역 같은 대합실을 빠져나오자 황제의 도시답게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비교적 깨끗했다.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흐엉강을 중심으로 북쪽은 황궁이 자리한 구시가지, 남쪽은 신시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신시가지 호텔에 체크인 후 흐엉강을 따라 가벼운 산책을 했다. 지나간 왕조의 영광과 슬픔을 기억하려는 듯 느릿느릿 고요하게 흐르는 흐엉강 위로 관광용 드래건 보트가 떠다니고 있었다. 흐엉강은 강물에 꽃잎이 떨어져 향내가 난다고 해서 Perfume River라고도 한다.



과연 얼마나 좋은 향내가 나는지 내일 보트를 타고 확인하기로 하고 여행자 거리에 있는 맛집 '마담뚜'에서 전통 후에의 맛을 보았다. 우리 여행의 동반자 구글 제미나이가 알려준 맛집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호이안에서 다낭을 거쳐 후에까지 달려온 긴 여정의 피로에 황제의 도시에서 곤한 잠에 빠질 거 같은 밤이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