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케 비치의 아침

by 지현옥


바다는 언제고 그 자리에 있지만 만날 때마다 다른 모습이다. 특히, 아침 바다는 색부터 다르다. 매일 눈뜨자마자 미케 비치를 걷는다.


오늘도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차갑고 고운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잠을 깨울 때, 수평선 위로 세상의 모든 색이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먼 하늘 끝에서부터 번져오는 연보랏빛과 코랄색의 그러데이션. 마치 캔버스 위에 물감이 번지듯 차분하게 바다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


이윽고 수평선 너머로 작고 강렬한 붉은 점 하나가 고개를 내밀자, 미케 비치는 비로소 고요한 적막을 깨고 황금빛으로 깨어났다.


누군가 쌓아 올린 모래성이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채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파도가 가져가 버릴 것을 알면서도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흔적들이라고 생각하니 애틋했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긴 것 같았다.


아침엔 파도 소리도 맑고 깊게 다가온다. 관광객이 몰리기 전이라 현지인이 더 많고 비교적 조용하다.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하고, 조용히 산책을 하거나, 가볍게 바다 욕을 즐긴다.


어쩌면 미케 비치의 고요한 아침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명상 센터와도 같다.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오며 마음의 소음을 지우고, 떠오르는 태양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실제로, 명상에 잠긴 사람들을 보았다. 일출을 바라보며 태양의 기운을 온몸에 받으려는 걸까, 간절한 소망을 거는 걸까, 아니면 털어내야 할 세상의 번뇌가 많은 걸까. 해변을 오가는 동안 부동의 자세로 태양을 바라보며 명상 중이었다.



오늘따라 흰 드레스를 차려입고 동트는 바다를 배경으로 웨딩 촬영을 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돋보였다.


오렌지빛 윤슬이 신부의 긴 베일 끝에 머물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축복의 박수처럼 밀려왔다. 함께 갈 멋진 미래를 꿈꾸며 맞잡은 신랑신부의 손끝을 보며 내가 더 설레었다.

아름다운 모습에 남편과 나도 슬쩍 손을 잡고 걸었다.



아침 바다는 뭐래도 현지 어부들에겐 활기 넘치는 삶의 현장이다. 전통적인 코코넛 바구니 배로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와 그물과 잡은 생선들을 정리하고 있는 어부들을 보았다.


갓 잡은 생선을 그 자리에서 팔았다. 바다에서 막 나온 팔딱이는 생선들을 보자 매콤한 생선 무조림이 생각나서 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삼시 세끼 해 먹던 밥을 보름 넘게 타국에서 사 먹었으니 집밥이 그리웠다.



미케 비치의 아침은 고요한 선물 같다. 특히 여행자에겐 더욱 특별하다.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고, 잔잔한 바다가 건네는 다정한 위로와 더불어 평온을 얻는다.


다낭에 가면 어느 때보다 맑고 파란 아침 바다를 꼭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해변 산책 후 먹는 쌀국수 한 그릇이 더없이 맛있어질 테니까.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