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나의 주소지는 미케 비치 썬베드였다. 일출부터 유난히 붉었던 태양이 드디어 바다에 입수할 수 있는 맑은 날을 허락했다. 기대한 대로 푸른 하늘이 드러나고 하루를 온전히 해변에서 보냈다.
남편이 먼저 푸른 파도에 몸을 실었다. 하얀 포말이 진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주저 없이 나도 바닷속으로 발을 들였다. 순간 삽시간에 차갑고 투명한 파도가 온몸에 부딪쳐 부서져 내렸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짠물이 코와 입으로 동시에 스며들었다. 짜릿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변을 걷지만 발목까지 찰랑이는 바닷물을 적시는 것과는 달랐다. 더 깊고 먼 바닷속 이야기를 전하려는 듯 파도는 끝없이 리듬을 타고 밀려왔다. 그 위로 부서진 햇살의 파편들이 눈이 시릴 만큼 찬란한 빛의 왈츠를 펼쳐냈다.
멀리 선짜 반도의 린응사(영응사)가 보이고, 해수관음상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지켜주고 있었다. 언제부터 바다를 그리 좋아했던가. 밀려오는 파도를 두 팔 벌려 껴안고 좋아하는 생경한 내가 신기했다.
미케 바다는 멀리까지도 깊지 않다. 배꼽 아래 정도다. 개헤엄 수준인 내가 첨벙거리고 놀기에는 그만이었다. 나른해지면 해변에 누워서 모래의 온기로 노곤함을 풀었다. 모래 찜질을 하고, 뜨거워지면 바닷물에 다시 몸을 적시고, 부서지는 파도를 탔다.
간간이 야자나무 그늘 아래 썬베드에 누워 낮잠을 잤다. 눈을 뜨면 파란 하늘과 끝없는 바다였고,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였다. 책을 읽고, 멍 때리며 하루 종일 파도 소리를 들었다. 출렁이는 바다와 푸른 하늘,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만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었다.
야자수 잎들이 바람에 사그락거리는 그늘에서 반미를 먹고, 코코넛을 마시고, 두툼한 보라색 껍질 속에 숨겨진 망고스틴의 뽀얀 속살을 빼먹는 시간, 언젠가 한 번은 하고 싶었던 열대 해변에서의 온전한 휴식이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비로소 온몸으로 껴안은 다낭의 햇살과 푸른 바다를 사진과 마음에 남기고 마침내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웠다.
바다에 어스름이 내리고서야 펼쳐놓았던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겨 마사지숍으로 향했다.
웰컴 티로 나온 달콤한 망고와 구수한 옥수수 차 맛이 나는 아티초크 차로 목을 축이고 편하게 누워 또 다른 평온의 세계에 들었다.
따뜻한 오일이 등짝에 부드럽게 퍼지고 매끈하고 따끈한 화산석의 온기가 속근육까지 전달되며 어느덧 의식은 몽롱해지고 스르르 잠결에 빠져들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가 어디까지 흘러갔는지 궁금해하는 동요 속 어린아이 마음처럼, 눈을 감자 반짝이는 윤슬이 보이고 파도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