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산으로 가자

by 이도권


‘찐’ 고민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 사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몰랐다. 어린이에게 어른 옷을 걸쳐놓은 것처럼 모든 게 어색했다. 사색이 필요했다.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는 생각을 인위적으로 멈추고도 싶었다. 그래, 산으로 가자. 한동안 즐겨 오르던 무등산 새인봉을 찾았다. 산은 여전했고 너 또 왔구나 하는 듯했다. 2월, 늦겨울 옷을 입고 있던 산속 산행. 몸은 그새 달궈졌다. 초반부터 헉헉대며 오르니 어수선했던 생각들이 멈추고 몸에 집중되는 게 기분 좋았다. 하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 하나의 생각에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 팀은 어떤 팀이면 좋을까? 팀 컬러?’


앞단의 2차적 두려움이라 했던 팀원들과 관계, 적시의 적합한 의사결정 등은 어떻게 해야 될지를 물어야 할 것 같았는데, 어라? 질문이 새롭다. 그 와중에 질문을 곱씹으며 산행을 계속했다. 사색의 단계가 있다면 최상급 사색이었다. 몸은 달궈지며 땀은 배출되고 호흡은 가빠지다 오감으로 느껴지는 상쾌함. 그 상황에서 질문하나에 집중해 본다는 건 아주 호사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그런데 질문도 예상치 못한 고급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팀을 꿈꾸고 있는가?’


좋은 질문이란 느낌이 강했다. 질문이 좋으면 일단 성공이다. 완벽한 답이 아니더라도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자체가 본 무대를 앞둔 대기자로서 시뮬레이션 돌려보기가 딱 좋았다. 어떤 팀을 만들어볼까에 첫 번째 드는 생각은 ‘표정’. 나를 포함해 팀 동료들의 표정이 밝아야 했다. 웃음도 많았으면 좋겠다. 9 to 6라는 직장 내 근무시간 동안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낸다.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혹은 혼자 있는 시간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해석에 의미부여를 해야 됐다. 그리고 시간을 잘 보냈는가는 그 사람의 표정이 말을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9 to 6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어찌 됐던 팀장의 역할에 놓인 나로선 이점이 중요했다. 일단 웃음이 많은 팀! 거기에 열의가 있다면 대박!




우선 이를 두 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첫째, 팀원들이 어떻게 하면 웃음 많게 할 수 있을까. 일단 대화가 많아야 했다. 특히나 회사의 언어보다 일상의 언어를 자주 써야 했다. 딱딱하고 효율적인 회사 언어가 분명 필요하지만, 일상의 언어는 그 보다 더 많아야만 했다. 팀원일 땐 사무실 모니터와 전화기만 받다가 대화 없이 퇴근하는 날이 수두룩했다. 하루라는 시간의 증발이었다. 그럴 때면 마음 한구석 고생하는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증발된 하루를 못내 아쉬워했다. 그때를 반추하며 생각해 낸 건 ‘일상의 언어’였다. 주변 동료들과 업무 중 대화를 시도했다. 우리 잘 지내고 있음을 서로가 확인하는 수단이었으며, 이로 인해 정신없이 바쁜 업무에서 잠시나마 해방됨을 느꼈다.


그럼, 대화는 어떤 대화가 좋을까.


주변에선 나를 두고 제법 빠른 나이에 팀장을 달았다고 했다. 솔직히 약간은 우쭐됐었다. 그런데 웬걸? 팀 내 막내로 들어온 신입행원과 무려 20살에 가까운 나이차가 났다. 물리적 나이부터 기존에 경험했던 팀장님들 나이보다 더 컸다. 왠지 영~한 팀장이란 호칭이 무색해졌다. 그러나 나에겐 베테랑 일꾼이었던 두 과장이 있었다. 두 친구는 30대 중반의 동년배였다. 20대 초반의 신입행원, 30대 중반의 두 책임자, 그리고 40대 초반 팀장인 나와 어쩌면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 나는 20대에서 40대까지 웃음이 나올법한 주제를 찾았다.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가 될 법한 소재가 무엇일까. 이런 것들도 고민의 시간이 들어가야만 했던 일들이었다.


둘째, 웃음이 많은 팀이 일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대화가 지나치게 길어져 끝마쳐야 할 일을 제때에 할 수는 있는 것일까? 즉 열정을 가지고 일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했다. 결론은 웃음 많은 대화가 팀 내 결속력을 다지고, 그로 인한 유연한 업무태도는 궁극적으로 일의 성과에도 긍정적 기여를 한다고 믿었다. 사실, 사무실이란 유연할 수 없는 공간에 창의적인 열의가 분출되기엔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 팀원시절의 나의 모습도 그랬다. 대화는 거의 없었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려면 왠지 눈치가 보였다. 9 to 6 동안 자유를 갈망해보지도 못하고 일만 마쳤던 허망함은 생각보다 컸다. 마치 하루가 순삭 되는 것만 같았다.



난 생각했다. 웃음이 흐르고 몸과 마음이 유연한 상태에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은 제대로 해내는 방식. 수다처럼 비치는 대화들로 팀 전체가 비효율적으로 흐르진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도해 볼 만했다. 신임 팀장이기에 어떤 공식에 따르기보단, 나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었다. 불과 몇 달 전 스스로가 경험한 것이었기에 생각을 적용해보고 싶었다. 이래저래 팀 내 자유로운 분위기를 발산하고자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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