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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8. 2023

5화. 폐쇄된 한국 공장


“기안티, 저기 공장 앞에 모여있는 사람은 뭐야?”

“체불된 임금을 돌려받기 위해서 정문 앞에서 시위하는 중이야”

“그럼 저분 들하고 인터뷰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위험할 수 있어. 너가 한국인이라 한국경영진으로 오해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스리랑카에서 업무파트너였던 기얀티와 도준은 폐쇄된 한국 공장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목적지 공장 앞 삼삼오오 모여있는 공장근로자들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래도 우리 프로젝트 상 그들의 인터뷰가 필수잖아. 기얀티가 옆에서 잘 통역해줘. 우리 여기서 내리자”


그 시점 버스에 내린 도준의 모습을 보던 근로자들 사이로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후, 몇몇 건장한 스리랑카 남성들이 험악한 얼굴로 다가왔다. 갑작스런 그들 반응에 도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기얀티에게 잘 말해줄 것을 부탁하며 다가오는 그들을 응시했다. 조금 지나자 5~6명 정도의 근로자들이 도준을 에워쌌다. 그들은 다짜고짜 물었다.  

“당신, 한국사람이지?”   

“음,.예, 저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입니다.”

“당신, 여기 사장하고 무슨 관계야?”


느닷없는 질문이었고 그들의 눈초리는 사나워졌다. 


“설명하자면,. 음, 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만, 한국 대학생으로 폐쇄된 한국공장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조사하다가 이곳에 들르게 됐습니다.”


도준은 있는그대로 말했다.


“거짓말하지 마. 당신도 한통속 아니야? 한국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공지도 없이 공장 문을 닫았어. 임금도 퇴직금도 체불 한 체 야반도주한 사람들이야. 여러분 이 한국 사람을 저기 경찰관한테 데리고 갑시다!”


갑작스런 소요사태였다. 어떻게 할 새도 없이 건장한 남성 3명은 나를 옭아맸다. 꼼짝하기조차 어려웠다. 함께온 기얀티는 무리속에 묻혀버렸다. 거칠어진 그들 손에 도준이는 어찌할 새도 없이 끌려갔다. 도준은 잠시나마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가만있어!"


땀에 베인 그들의 투박한 손은 도준을 더욱 옥죄었다. 마치 범죄자를 연행하는 듯한 그들이었다. 더 이상 그들을 자극하는 건 도리어 판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순순히 그들이 끌어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당신 누구야? 무슨 일로 이곳에 왔어? 연남방적 사람 아니야?"


경찰관 복장을 한 중년의 남성은 도준을 보며 퍼붓듯이 물었다.

기얀티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던 그때,

한 청년이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제가 한국어를 말할 수 있어요. 통역해드릴께요."


우다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저한테 말해주세요. 지금 다들 흥분 상태지만, 제가 이분들에게 차분히 말해볼께요.

어떻게 여기에 오신거죠?"

"아, 너무 고맙습니다. 이런 곳에서 한국말하는 분을 만나다니요. 우선 저는 한국 대학생입니다. 한국 공장 폐업 현장을 조사하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우다르는 경찰관을 비롯해 도준을 끌고온 남성들에게도 차분히 설명을 해나갔다.

근로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듯 눈빛은 분노에 차있었다.


“예..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니곰보입니다. Right to life라는 인권 단체에 파견된 한국대학생이구요. 저는 지금 한국 진출기업 중 공장 폐업 후 피해사례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신분이라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지확답할 순 없지만, 여러분들이 겪는 피해를 한국 정부 앞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해보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와 인터뷰해주실 분 있으실까요, 부탁드립니다.”


우다르는 깜짝 놀랐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처럼 보이던 눈 앞의 청년이 한국 기업도 아닌 스리랑카 사람을 도와준다니... 도준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우다르는 이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경찰관과 남성들은 그제서야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이내 몇몇 분들이 머뭇거리더니 결국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자신들의 억울함을 듣기 위해서 왔다는 한국 대학생 모습이 처음엔 못미더웠다. 그러다 망연자실한 자신들 상태를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이야기에 마음속 응어리를 쏟아냈다. 도준이 손에는 땀이 배어 있었다.


‘후~’


이제야 긴장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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