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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8. 2023

7화. 라크라싱어의 방문


# 호텔 라운지 바


호텔 라운지에 서있는 라크라싱어는 흰머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눈매는 날카롭지만 지혜로워 보였고, 어깨는 딱 벌어져 있었다. 이 나라 수도를 관할하는 장성급 장군이었다니 왠지 더 강인해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수도경비관할 육군소장 라크라싱어입니다. 초면에 실례를 했군요. 이렇게 불쑥 숙소에 찾아와서 말입니다.”

“아.. 예 괜찮습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연남방적의 팀장 최치훈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잠시 자리를 옮기실까요?”


주변을 둘러보니, 호텔 라운지 바가 보인다. 그는 인자한 눈빛으로 바를 가리키며 최 차장을 정중히 안내를 한다. 조용한 분위기에 이야기나누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혹시나 싶어 날카로운 눈매로 주변을 살피는 라크라 싱어다. 그의 입에선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온다.     


“저는 공산반군 진압작전을 총 지휘했던 장군입니다. 불안한 정세이지만 제가 맡은 소임을 하루에도 소홀히 한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이 나라에선 하루에도 1백 명 넘게 테러로 죽어나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저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도 크십니다.”

“아... 예 그러시군요.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말씀을...”


앞에 앉은 라크라싱어가 이 나라에선 대단한 역할을 하는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연남방적에서 진행하는 일과 무슨 연관이 있을지 종잡을 수 없었다.


“연남방적이 투힐리아 방적공장을 인수검토한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결정 난 것은 없습니다만, 한국 본사와 긴밀히 협의 중에 있습니다. 혹시 장군님과 무슨 관계가 있으신가요?”

“대통령께서는 이번 협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이곳에 보내신 거구요.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 될지.. 싶습니다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혹시 비밀리에 전달할 내용이라면, 해당 사항에는 비밀을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서 본격적인 이야기에 나섰다.


“지금 인수대상인 투힐리아 방적공장은 수년간 적자 투성이고, 더 이상 이곳을 이대로 방치했다간 나라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대통령님의 판단입니다.”

“그렇군요. 저희 역시 실사자료를 통해서 어느 정도 인지는 했습니다만, 대통령께서도 걱정을 하고 계시는지는 몰랐습니다.”

“며칠 전 대통령 참모회의가 있었습니다. 투힐리아 방적공장을 한국 대기업인 연남방적이 인수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다는 게 결론입니다. 혹여 불안한 정세에 근로자들의 요구가 과도할 경우 연남방적의 인수가 무산되진 않을까 우려도 있었습니다. 인수 직후 공장가동을 안정화시키는 데 스리랑카 정부도 역할을 해야만 연남방적이 안심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 역시 많았습니다. 인수는 첫 단추고 성공적으로 비상해야만 우리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라는 판단인 것이지요."


그의 강인한 눈매에선 무언가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연남방적에서 수용한다면 우리 정부를 대신해서 제가 역할을 하겠습니다.”


투힐리아 공장의 입지나 인수가격은 어느 나라보다, 심지어 국내공장보다 우월했다. 실로 하늘이 내린 기회였다. 그러나 수년간의 적자, 3미터가 넘는 잡초들이 공장을 뒤덮고 있고, 근로자들은 하루 2시간을 일 하고도 임금을 올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잘못하면 공장가동하기 전부터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었다. 최 차장의 찜찜한 구석은 바로 그 점이었다. 사실, 본사에서도 스리랑카 정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놀랐다. 며칠 만에 다른 입장 변화로 고무적이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만, 그 내막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중에 라크라 장군이 최 차장 앞에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께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적임자가 나왔을 때 서둘러 매각해야 된다는 게 참모들의 공통된 의견이었고요. 한편으로는 연남방적의 성공적인 인수로 한국에서 이룬 성과처럼 이 나라에서 제조업의 대표기업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이 잘 살도록 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이니까요.”


“그렇군요. 대통령께서도 신경 쓰고 계신다는 점, 본사에 꼭 전달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솔직했던 라크라싱어 장군 이야기는 최차장의 마음을 누그러뜨려지게 했다.  


“최종 인수되기까지 저희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스럽게도 장군님이 이곳까지 직접 찾아와 주신 것과 스리랑카 정부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전달해 주신 점도 감사합니다. 장군님과도 인연이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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