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라크라싱어의 방문

by 이도권


# 호텔 라운지 바

호텔 라운지에 서 있던 라크라싱어는 한눈에 보기에도 군인이었다.
흰머리가 군데군데 섞여 있었고, 어깨는 곧게 펴져 있었다. 눈매는 날카로웠지만 불필요한 움직임은 없었다. 수도경비관할 육군소장이라는 직함이 굳이 필요 없어 보일 만큼, 사람 자체가 이미 자리를 장악하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수도경비관할 육군소장 라크라싱어입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초면에 실례를 했습니다. 숙소로 찾아가도 될지 망설였는데, 오늘 안에 뵙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아, 예… 괜찮습니다.”
최차장은 얼떨결에 인사를 받았다.
“연남방적의 팀장 최치훈입니다.”

라크라싱어는 주변을 한 번 훑어본 뒤, 바 쪽을 가리켰다.

“잠시 자리를 옮겨도 괜찮겠습니까?”

라운지 바는 조용했다. 낮은 조명 아래, 몇몇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라크라싱어는 자리에 앉자마자 물 한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어떤 순서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정리하는 사람처럼.

“저는 이 나라에서 공산반군 진압작전을 총지휘했던 사람입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최차장은 시선을 들었다.
“정세가 불안한 건 알고 계시겠지요. 하루에도 많은 사람이 이유 없이 죽습니다. 그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그는 담담했다. 자랑도, 과장도 없었다.

“대통령께서 이번 사안을 주의 깊게 보고 계십니다.”

최차장은 그제야 이 자리가 우연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연남방적이 투힐리아 방적공장을 검토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만, 본사와 협의 중입니다.”

“그렇다면 충분합니다.”
라크라싱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 참모회의에서 이미 논의가 있었습니다. 투힐리아 공장은 오래전부터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대로 두기엔 부담이 컸지요.”

최차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크라싱어는 말을 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연남방적이 인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역할이라면…”

라크라싱어는 잠시 말을 멈췄다.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공장이 인수된 이후, 불안 요소가 커지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 말 한마디로 충분했다.
최차장은 그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연남방적이 안심하고 시작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부탁도, 조건도 아니었다. 설명에 가까웠다.

최차장의 머릿속에는
잡초가 무성한 공장,
임금을 요구하는 근로자들,
그리고 지나치게 좋은 조건들이 스쳐 지나갔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왜 이렇게 많은 것을 내주는지,
그 이유를 이제는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말씀은 본사에 전달하겠습니다.”
최차장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라크라싱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우리 정부도 이번 선택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수는 짧았고 단단했다.

라크라싱어가 라운지를 빠져나간 뒤에도,
최차장은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물잔에 맺힌 작은 물방울이 테이블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좋은 조건이라는 말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놓이게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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