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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8. 2023

10화. 야반도주


# 콜롬보 갈레페이스 호텔


"뚜르르르... 뚜르르르"


708호실 전화기가 선명히 울렸다.

연남랑카 신 법인장은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다. 최 부사장이다.


"내일 오전 9시 회사정리절차개시명령이 떨어진다네. 더는 회사를 지킬 수가 없게 되었어. 신 법인장, 내 자네들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구먼... 연남랑카를 어떻게 지켜낼 수도 없이 본사가 먼저 엎어지는 상황일세. 부디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라네."

"저희 파견 직원만 20명입니다. 부 사장님. 회사가 나 몰라라 한다니 말이 됩니까! 저희들에게 모든 것을 떠안아야 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겁니까! 뭐라고 답변을 해주세요 부사장님!"

" 뭐라 할 말이 없네. 우즈벡도 베트남 공장도 이미 우리 통제를 벗어났어. 현지 정부에선 현지 법인 부채 탕감을 전제로 헐값에 매수해 줄 누구라도 찾고 있는 중이야. 우리 연남의 신용도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네. 미안하네 신 법인장. 어떻게든 국내복귀하길 바라네"

"뚝...........뚜뚜뚜"


그룹의 넘버2 전화가 허망하게 끊겼다.

숨 죽이며 기다리던 파견 직원들 한 명 한 명 동요하기 시작했다.


"법인장님, 본사가 저희를 버린 겁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당장 내일 아침부터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겁니까? 직원만 1500명입니다. 뭐라고 대책을 강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다들 진정해.  흠..."


신 법인장의 한 마디에 동요는 바로 가라앉았다. 그의 입 만을 주시했다.

곧바로 예상치 못한 발언이 튀어나왔다.


"공장장. 오늘 밤 가장 빠른 시간으로 여기 20명 전부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서둘러 비행기 티켓 알아봐. 한 비행기에 다 타지 못하면 다음 비행기로. 어떡해서라도 내일 공장근로자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분산해서 출국한다."

"법인장님... 그럼 이곳은 어떻게 됩니까?"

"공장장!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나! 본사도 결국 우리를 버렸어. 연남랑카는 우리의 통제를 넘어섰단 말이야. 책임도 못질 형편에 머뭇거릴 여유가 전혀 없다. 우리가 도리어 위험해진단 말이야.

며칠 전부터 오늘 같은 날을 예상은 했어. 그래서 오늘 이곳에 모두 모이라고 한거네.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떠날 채비를 신속하고 은밀하게 시작해. 모두들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


나쁜 소식은 여름날 먹구름처럼 무섭게 몰려온다.

그리고 잔뜩 머금었던 빗줄기를 무참하게 쏟아버렸다.

그렇게 그룹하나가 무너졌다. 투힐리아 연남랑카 공장 앞.

자갓은 영문도 모른채 잠겨진 공장문을 쳐다보며

우두커니 서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들어섰다. 동료 근로자들이 더 모여들었다. 여기저기 웅성웅성하다 이내 고성이 오갔다


"사장이 한국으로 도망갔다!"

"한국 직원들 모두가 간밤에 도망갔다!"


불길한 기운은 왜 한번도 빗나가지 않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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