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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8. 2023

11화. 콜롬보 무역관


도준은 샤워하고서 이메일을 체크했다. 기다리던 콜롬보 무역관으로부터 답장이었다.


‘무역관 방문 및 상담은 8월 7일(금) 오후 3시에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콜롬보무역관(No. 443, 1st Floor, Galle Road, Colombo 03, Sri Lanka)으로 해당 시에 방문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기얀티, 무역관에서 연락 왔어. 미팅 한번 할까?”

“좋아. 도준! 조사했던 인터뷰자료는 정리 다됐어. 언제 볼까?”

“금요일이 미팅이니, 내일 바로 보자. 우리 사무실에서. 나도 준비된 자료 가지고 나갈게.”

“도준, 그날은 미안했어. 갑작스럽게 도준이를 끌어가 버리는 바람에, 휴... 정말 큰일 날뻔했다”

“괜찮아. 처음엔 나도 놀라고 두려웠는데, 우다르라는 친구 덕분에 다행히 문제가 잘 해결됐으니. 은인이지. 우다르가 하하”       


기얀티 역시 그날의 갑작스러운 사태에 가슴이 조마조마했었다. 도준을 상대로 심한 폭력사태가 일어나면 어쩌나 했던 것이다. 그동안 일을 같이 하며 지켜본 도준의 열정이 이번 일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떤 외국 대학생이 우리 일에 이처럼 열정적으로 뛰어든단 말인가. 기얀티는 새삼 도준의 속 넓은 마음에 그가 다시 보였다.


그리고 우다르. 험악해질 뻔한 급박한 그 순간 우다르라는 청년의 출현은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특히, 그가 보인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경찰관을 비롯해 건장한 세 남자 모두를 차분하게 대화를 이끌어 낸 점은 특히 인상 깊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기얀티는 도준과 우다르의 만남이 어딘지 모르게 특별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저는 콜롬보 무역관 정재식 팀장입니다. 이도준 씨죠? 메일은 잘 읽었습니다.”

“예,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옆은 함께 연구조사업무를 진행하는 현지 코디네이터 기얀티입니다.”     


정팀장에게 기얀티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도준은 곧바로 연남방적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준 다웠다.       


“대학생인데 이 일에 굉장히 열정적이시군요. 아주 인상 깊은 이야기이고, 저희 역시 비슷하게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만, 연남방적 사건은 저희 같은 무역관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고 개입할 힘도 없습니다. 스리랑카 정부에서도 한국정부에게 어필을 했다고 들었지만, 연남 본사가 부도나는 상황에 한국 정부 역시 어떻게 해야 될지 우왕좌왕하는 상황인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도준은 정팀장의 무기력한 말에 화가 났다.       


“저는 그 현장에서 한국인으로 오해받고 집단 폭행을 당할 뻔했습니다.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무책임한 경영으로 한국인 자체가 도매급으로 손가락질당하고 있었다고요. 무역관 홈페이지를 보았습니다. 여전히 스리랑카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실체는 가리고 수많은 미사여구와 달콤한 말로 투자유치를 권장한다는 게 정상적인 가요? 적어도 이런 사태에 대해 유의사항이라도 공지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되지 않나요?”

“말씀이 조금 심하시네요. 메일에 쓰신 것처럼 저희 기관을 모르시는 것도 아닐 텐데요. 스리랑카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저희가 아니고 스리랑카 정부입니다. 저희가 개입할 사안도 아닌데 그렇게 해야 될 이유가 있을까요? 이만 미팅 끝내지요. 조심히 돌아가세요”      


기얀티는 도준의 어깨를 잡았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표시였다.      


“흠... 후...”     


도준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처음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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