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의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꺼내야 될 이야기가 있다.
아마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의 특별한 성격이긴 하다. 다름 아닌 인사이동이 잦다.
인사가 날 때마다 맞닥뜨리는 관문, 각 팀의 업무재편과 인원배정이었다.
팀장들의 눈치싸움과 기싸움 현장 그 자체였다.
어떠한 업무를 넘기고 받느냐, 누구를 끌고 오느냐에 무척 예민했고, 은근 각을 세웠다.
신삥이었던 나로서는 처음 경험해 본 무대였다.
잘못했다간 옆의 팀장들의 결정만을 바라본 채 수동적으로 응해야만 될 것 같아 조급해지기도 했다.
나에겐 의사결정의 뼈대가 필요했다.
단순하고 크게 그렸다.
결론은 사람이 우선이었다.
일은 다음이었다.
꼭 필요한 팀원들을 데려오면서 일은 어떠한 일도 받겠다고 했다.
정말 팀장자체도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팀을 위해 누구와 함께 하겠다고 눈에 힘들어가며(?) 의견 피력하는 건 더 큰 도전이었다. 다들 기싸움이 장난 아니었다.
다행인 건, 선택한 팀원 둘 모두가 과거 우리 팀 업무에 잔뼈가 굵은 팀원이었다.
팀의 빠른 안정화를 위해 누구보다 필요한 인재였음을 피력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논리는 없었다.
관건은 지점장님과 타 팀장들의 시선이었다.
'타 팀도 업무경험이 많은'
이미 내가 '찜'한 팀원을 탐내는 건 당연했다.
그들 역시 호락호락하게 내 뜻을 받지는 않은 듯 보였다.
받고자 했으니 무언가를 내줘야 하는 분위기.
그런데 내어줄 게 뭐가 있나 싶었다.
일을 더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만, 그냥 받았다간 팀원들 불만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들에겐 납득가능한 일들이어야만 했다.
팀장으로 전혀 준비가 안 된 나에게 내주면서 받아야만 하는 의사결정 자체는 정말로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해내야 했다.
정 협상에서 밀릴 거 같으면 애초 계획한 사람이라도 건져야 했다.
하늘이 연약한 나를 보았을까.
운이 좋게도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를 얻었다.
첫 성취였다.
함께하게 된 팀원들로부터 무려 칭찬도 받았다.
첫 단추를 이렇게 맞추고 나니, 팀장은 도대체 무엇을 잘해야 되는지 약간의 맛을 본 듯했다.
연약한 팀장은 실무보다 아래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 어떤 사안에 선택과 버림을 수시로 해내는 의사결정력,
- 잘 가다가 장애물을 만났는데, 이를 해결하고 다시 끌고 가는 추진력.
- 위로부터 압박, 아래로부터 불만을 조율해야만 하는 조정능력 등
이외에도 여럿 있을 거다. 우선 여기까지.
연약한 팀장은 미끄러지듯 정글안으로 입문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