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신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by 이도권


영~하다고 했던 내가 무색해진 건 바로 신입 덕분이다.

신입과 난 20살 가까이 나이차가 났다.

나이가 뭐 대수일까 처음엔 생각했다.

대화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한 세대가 차이 난다는 괴리감은 그 자체로 사실이었다.

쓰는 언어, 생각하는 사고회로가 나와는 정말 달랐다.


'그러나 대화는 나의 강점이었지 아마...'


신입과 대화를 해봤다.

혹시라도 내가 알아먹지 못하는 언어들을 쓸까 봐 걱정되긴 했으나, 기우였다.

그녀는 무척 열의가 넘쳤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일단 마음속으로는 합격! 그렇게 며칠을 지켜보았다.

사회생활 초년생으로 어느 정도 마음 준비가 되었더라도 사무실에선 외딴섬처럼 느꼈을지 모르겠다.

선배들은 정신없이 일을 하는 데, 그 와중에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 달 조금 넘을 때쯤, 그간 생각했던 말을 꺼냈다.


“00 씨, 혹시 하는 일을 여기 보드 판에 적어보면 어때요?”

“제가 지금 하는 일 말입니까?”

“예, 거기에 내가 생각하는 일들도 몇 가지 넣고, 옆의 과장들이 지시한 내용도 집어넣고. 적어놓고 일을 마칠 때마다 지워나가면 어떨까요? 그걸 팀원 모두가 공유하고. 어때요 괜찮아요?”


이 말을 꺼내기 전 혹시 신입이 당혹스러워하면 어쩌나 했다.

만약,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약간은 지위의 압력을 쓰며 ‘지시대로 하세요!’라고 근엄하게 표현할까,

아님 말한 나조차 당혹스러워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조심스럽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 다 보는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일을 적어가며 일한다는 것.

정말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중견 팀원이라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큰 실례를 범한 일이자

팀장 자체가 갈등 유발자임을 자인하는 일이다.


하지만 000에겐 받아들일 ‘마음의 품’이 있으리라 믿었다.

신입이기에 가능한 제안이었고 나로서는 그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다.

만약 나의 제안을 수치 스러 워 했다면 초짜 팀장으로는 벌써부터 실패였다.

어떤 긍정의 기운도 아닌 부끄러움을 주었으니 말이다.




다행히 신입은 내 말을 경청해 주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에 하나씩 적어나가는 것을 곁에서 두 과장과 함께 지켜봤다.

정말 사소하다고 느낄 정도의 일도 적었다.

보는 내내 신기하기도, 흐뭇하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실제로 팀에서 처리되고 있던 구체적인 ‘거리’들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새 신입은 팀으로 들어와 있었다.



일의 경중과 우선순위는 분명 존재했다.

주로 두 과장이 큰 일 들은 처리 한다.

신입은 두 과장을 그림자처럼 지원하고, 배우고,

팀 내 누군가는 반드시 해줘야 될 사소한 업무를 마감해 주는, 그런 일들을 해낸다.


그렇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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