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배려가 무안함으로 돌아오지 않기

by 이도권


팀장을 갓 단 시점이라 솔직히 서툴렀다.

여전히 업무에 대한 지시가 익숙지가 않았다.


혹시라도 강압적으로 느껴진다면 어쩌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건 아닐까?

팀원 누군가가 싫은 표정을 짓는 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하나같이 예상을 하기 어려웠다.


팀원이 당장 해내고 있는 일들도 많았지만, 나에게도 일이 쏟아지고 있었다.

중요한 건 쏟아지는 일중에 어떤 일은 내가 핸들링하고

그 외 다른 일들은 팀 내 어떻게 배부해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그 와중에 팀원들 앞 업무지시를 배려한답시고 내가 떠않고 있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바쁘다 보면 얼른 처리해 버리자며 스스로 인정하고 떠않은 일들이 서서히 나를 짓누르고 있을 때,

반가운 전화가 왔다.


“팀장님, 일주일 만에 또 연락드려요. 어떻게 잘 지내셨어요?”

“아, 코치님!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 솔직히 코치님하고 정말 통화하고 싶었어요! 고민해결 좀 해주십시오!”


인사부에서 신임 팀장이 된 사람들에게 한 달간 외부 코칭강사를 통해 연수를 실시하고 있었다. 이게 얼마나 도움 될까 처음엔 갸우뚱했지만, 한 달에 네 번만 한다는 게 너무 아쉬울 만큼 그 효과는 실로 파워풀했다. 그날은 대화는 두 번째 코칭받는 날로 기억된다.


“말씀해 보세요. 팀장님. 이번에는 또 어떤 고민이신가요?”

“진짜 ‘속’ 고민인데요. 업무적으로 팀원들에게 배려를 하려다 보니 결국 제가 힘들어지더군요. 그들도 바쁠 것 같고, 이건 내가 금방 처리할 것으로 봤는데, 막상 그러한 일들이 다른 일처리로 쌓이게 된 거예요. 지금에서야 그 일들을 진행하려 하니,


‘아... 내가 왜 이걸 가져왔을까?’


하고 한숨을 쉬는 거죠. 조금 미안해도 팀원들에게 정확히 업무위임을 하고 머릿속을 깨끗이 치워놓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이제야 듭니다. 부끄럽지만, 다시 팀원 앞 일을 건네고 스스로 자책하고 있네요. 그들을 배려하다가 제 스텝이 꼬이고, 마음도 불편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네요. 이런 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원숭이를 어깨에 메고 있었네요 팀장님. 원숭이를 내려놔야 팀장님 활동이 리드미컬해진답니다."


와우. 원숭이라니. 행동을 하려는 데 어깨 위 원숭이 한 마리가 있다.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더구나 리드미컬이라는 경지는 꿈도 못 꾼다. 좋은 지적이자 나이스한 표현이었다. 역시!


"말씀처럼 원숭이를 내려놓으려면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는 용기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원숭이를 들이지 않는 방법을 제안드려요."

"그런 방법이 있어요? 대박!"

"내가 상처받지 않고 상대방도 인정케 하는 방법. 그 장치를 만드는 거죠. 여기서부터는 팀장님께서 스스로 생각해 보심 어떨까요? 팀장님 다운 장치말이죠.”


그 방법? 역시 코치님이다.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생각하도록 만든다.


흠...


그래서 내 식대로 고민해 봤다.

우선, 자리에 대한 정립이 필요했다.


1. 팀장자리는 어떤 자리이지?

- 팀장은 지점장과 팀원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브리지다

- 팀원의 뜻, 재량 등 감안해 팀의 컬러를 결정하는 사람이다

- 팀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2. 그리고 어떤 역량이 가장 필요할까?

- 제대로 된, 적시에 내리는 의사결정력

- 완충지대를 만들어내는 여유, 의사소통력...


3. 팀원들은 어떠한 팀장을 가장 바랄까?

- 실무일을 도와주는 팀장? NO!

- 지시를 분명히 해주는 팀장? Yes!

- 경청하는 팀장? Yes!

- 의사결정이 리드미컬한 팀장? Yes!

........

(그 외 많을 거다.)


정리해 보면, 원숭이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인정케 하는 방법은,


'의사결정력, 그 외 나머지는 온전히 제대로 되면서 적시에 의사결정되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실제로 그 결과가 서로에게 득이 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고.'


생각해 보면,

팀원들은 실무일을 도와주는 팀장보다, 빠르게 '상황 가지들'을 쳐주며 리드해 가는 팀장을 원한다!!!


팀원의 일을 일부 가져올 수는 있다. 즉시 효율적(전혀 힘 안 들이고)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롤의 경계를 애매하게 만들고, 애매함은 서로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

이번일이 그렇다.

원숭이는 되도록이면 그만 가져오자.


그리고 배려란 무엇일까?

무작정 팀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해놓고 결국 다시 그 일을 팀원에게 넘기는 건 리더의 신뢰에 흠이 생기고 서로 무안할 일임을 이번 일로 깨달았다.

배려를 하는 것도 내공이 있어야 한다.

내가 온전치 못하면서 누군가의 일을 떠안아 주는 건 심하게는 에너지를 좀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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