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체가 있었다.
회사규모도 컸기에 우리 쪽 마케팅노력으로 신규거래처로 편입되었던 우량 업체였다.
지금의 지점장님이 팀장이었을 당시 발굴한 업체라 거래처 자금담당자와는 친분이 깊었다.
그런데 실무자인 김 과장으로부터 약간의 고충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실무자 패싱의 문제였다.
은행과 거래처와의 소통을 실무자가 아닌 지점장을 중심으로 행동했다.
갈수록 그 형태는 심화되었고 급기야 지점을 방문할 때면 실무자보단 지점장님과 대화 나누는 시간이 비대했다. 그날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소식을 지점장님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실무자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유쾌하지 않았다.
이젠 안 되겠다 싶었다.
“아니, 왜 실무자가 지점장님하고 통화하는 거야. 정작 실무자가 먼저 이야기를 듣고 검토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건 뭐야. 김 과장이 이제부터 거기 상무님 전담해. 내가 대표 맡을 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가끔씩 일어나긴 한다.
나 역시 팀원시절 이런 부류의 고객이 있을 테면, 그냥 김이 새곤 했다.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가 어려운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주도적인 말이 무엇인가.
짧은 생각으로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본질을 뚫어보고 있어야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나 문제해결 결과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일, 수동적으로 시켜서 하는 일은 항상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내 담당이기에 자신보다 더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깊이와 넓이를 갖는 다면 사실 천하무적이다.
의사결정에 있어서 실무자의 판단은 그래서 더없이 값지다.
지점장님 앞 소통채널에 대한 교통정리 필요성을 건의드렸다.
실무자가 그런 고충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으셨는지 우리 제안에 꽤나 놀라셨다.
지점장님은 우리 앞에서 곧바로 회사 실무자와 통화를 했다.
결과적으로 실무자의 고충 전달을 오해 없이 이해하도록 부드럽게 교통정리를 하셨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서 다시 한번 놀랬다.
‘문제를 바로 잡는데도 저런 화법이 또 한 번 필요하구나.
상대의 기분도 고려하면서 우리 쪽 입장을 관통시키는 대화.’
이래저래, 연약한 팀장의 하루는 배움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