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하이 날씨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by 이도권

위도상으로는 대한민국보다 낮은 위치다.

그러나 상하이를 접해본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상하이 겨울은 은근히 뼈 때리면서 추워. 아마도 습도가 높아서 그런 걸 꺼야"

거기에 추가되는 내용 한 가지.

여긴 보일러가 없어. 북방 쪽은 있는데...

불과 몇 개월의 겨울만을 겪어보았지만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늦봄과 초여름 사이.

신기하게도 상하이의 봄의 날 풀림은 빠르게 찾아왔고, 주변 역시 빠르게 초록화 되었다.

여기도 초록, 저기도 초록에 나의 눈동자가 시원해지는 경험까지 받았다.

생각보다 추웠던 겨울날씨와 다르게 녹색의 향연은 굉장히 리드미컬했고, 곳곳마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와우, 날씨 죽이는데'를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단점이라면(?) 때때로 찾아온 먹구름과 생각보다 여리게 내리던 가랑비. 하지만 또 내리면

종일 내리는 비로 우울감이 한층 올라오기도 하겠단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는 그런 우울감을 견뎌보고자 디저트 문화가 발달된 거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했다니.

날씨와 우리 음식은 참으로 연결고리가 강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흘러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5월 말 6월 초.

5월은 어느 나라든 계절의 여왕인듯했고 이곳도 다르지 않았다. 며칠 내내 그저 깨끗한 하늘, 살랑되는 바람,

깨끗해 보이는 태양마저 모든 게 완벽한 조합이었다.

거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상하이만의 아열대스러운 녹음은 화룡의 점정이었다.


페리로 출근하는 나의 루틴은 이제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아파트 단지 내 마치 숲 속을 걷는 느낌부터, 페리를 타기 위해 내린 난징동루 출구에서 걷게 된

우리로 치면 명동 메인도로와 같은 광장로(이름이 생각나지 않음)에 들어선다.

곳곳에 작은 단풍과 나무인 듯 보였는데,

이 맘 때쯤이면, 제법 줄기가 꽤나 뻗어가면서 초록 잎사귀를 마구마구 생성시키고 있었다.

평화호텔을 끼고 상하이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렀을 와이탄 메인도로가 나타난다.

인공 강둑 위로 올라서야만 황포강과 강 건너 푸동의 마천루를 볼 수 있는데, 내 관심은 50미터 앞

너무나 시원스럽게 자라는 플라타너스가로수길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7~12월을 겪어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녹음의 절정인 플라타너스가로수가 만들어낸 아치형 길이

사계절 내내 존재하기를 희망하면서. 바람이 쓱 불어오는데,.

콧속에 들숨으로 들어오다 뇌를 치고 쿠~,.

바람이 맑고 시원하네..

아... 나는 지금 출근하는 중일까. 여행하는 중일까.

잠시 신분을 잊고 말아 버린다.

아니 기분 자체가 이미 설레어버린다.

혹여 비라도 부슬부슬 오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더 없고 한적한 와이탄 이곳을.

플라타너스 넓은 잎사귀를 올려다보다, 100년이 넘어선 건물 아치 높이까지 시선을 들어보면,

이건 뭐,.. 여행자가 맞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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