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한번 써보세요'
말을 듣는다는 건

by 이도권

사무실 직원들과 대화나누던 중에

한 직원이 건넨 말이다.


"00님이 출퇴근 하면서 겪는 일들을 듣고있자니

너무 재밌고 신선해요. 이런 내용을 담아서 글을 한번 써보세요"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책 한권을 발간해 본 알량한 이력이, 아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한번 해볼까요?"


생각해보니, 나는 반복을 싫어했다. 함께 우르르르 움직이는 것도 싫어했다.

싫은게 많다기보다, 군중속에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그러다가 누군가와 대화 할 땐 또 사람이 좋아 '헤헤' 거리며 대화했다.

나의 경험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러니 글을 써봐라

했을 땐, 적어도 그와 나, 두 사람은 확보된 독자가 생긴것 아닌가.

까짓거, 또 끄적거려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금의 글도 써내려간다.




사무실은 상하이 푸동(황포강 동쪽)지구에 있고 우리 가족들이 사는 곳은 푸서(황포강 서쪽)쪽이다.

출근하기 위해선 황포강을 건너야 하는데, 대체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하철은 수많은 사람들 틈 속에서 묵언 수행이나, 핸드폰 액정과 사랑에 빠지는 모습만 즐비할 뿐,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바뀌지 않을 쳇바퀴 같은 풍광이었다.

그때 내 앞에 나타난 게 황포강을 건너게 해주는 페리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하이 오기 전 여수의 생활도 그랬다.

내 뜻과 다르게 어차피 발령난 곳이었던 여수.

힘들게 가족들을 모두 이주시키고, 여수 라이프를 제대로 즐겨보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차를 몰고 출근하는 여수도 아름답지만,

한번 걸어서 출근한 그 경험이 주던 갬성은 정말 찐이었다. 그래서 걸었고

매번 가는 길 위치를 바꿔가면서 변화도 줬다.

그러다 아파트 숙소 뒷 산의 숲 속길을 발견하고서 길 따라 걸었고,

걷다가 나타난 파노라마 같던 바닷풍경들. 그때 드는 생각들이 있었다.


'어떤 이가 이런 풍경속에 출근할 수 있을까?'


멋진 풍경은 멋진 생각을 하게 했고, 그 생각이 비록 짧게 스치더라도

아직 내겐 남겨진 시간이 많으니, 그 또한 좋다하며 마음 너그러워 지던 그 시절.


상하이 페리는 또 한번의 여수를 생각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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