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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Sep 11. 2021

멀쩡한 신호등을 쓰러뜨린 것은?

일본의 한 교차로에 있던 멀쩡한 신호등이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경찰은 강아지를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쓰러진 신호등이 강아지 산책길에 있다는 점을 주목해 경찰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더니, 다른 신호등의 42배에 달하는 강아지 오줌 성분 요소가 검출된 것이죠. 수십 년 동안 산책을 하며 강아지들이 그 신호등에 실례를 했고, 강아지 오줌의 성분 중 염분 등이 철제 기둥을 부식시켜서 신호등이 쓰러진 사건이었습니다. (참고 : JTBC 뉴스)



강아지가 싼 오줌이 신호등을 쓰러뜨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설마 강아지들이 알고도 일부러 그랬겠습니까? 주인이라고 알았겠습니까? 아무도 몰랐겠지요. 적은 양의 강아지 오줌은 절대로 신호등을 쓰러뜨릴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 적은 양이 하루, 이틀, 한 달, 그리고 몇 년 동안 누적되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를 치네요. 우리 모두 조심해야겠습니다. 강아지 산책시킬 때 조심하라는 말이냐고요? 그것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 뒤통수를 노리는 사소한 것들의 반격이 단지 강아지 오줌만은 아니니까요.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양으로는 환경이 파괴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아지 오줌처럼 그것이 누적되어 임계점에 이르면 환경 재앙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름 무더위에 잠이 오지 않아서 밤에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감자와 옥수수를 먹는다고 갑자기 살이 찌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에는 복숭아와 수박, 그다음 날에는 치킨과 피자, 이렇게 계속 먹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가 나겠지요. 여러분의 강아지 오줌은 무엇입니까? 사소하다고 여기면서 날마다 반복해서, 여러분을 조금씩 부식시키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무엇이든 방심하지 말고, 잘 대처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강아지 오줌 중 하나가 우리에게 툭 던져지는 ‘말’입니다. 이 강아지, 저 강아지가 허락도 없이 신호등에 오줌을 싸고 가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이런 말, 저런 말이 쉴 새 없이 던져집니다. 물론 그중에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유익한 말도 있겠지요. 그러나 많은 말들이 강아지 오줌처럼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조금씩 부식시킵니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편견 가득한 말들, 다 너를 위한 말이라며 시작하는 부담스러운 강요들, 말하는 사람만 즐거운 농담을 가장한 언어폭력들, 미디어와 sns에 넘쳐나는 가짜 뉴스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하는 너무나 나를 모르는 이야기들, 조금 과격하게 말해서, 이 모든 말들을 다 강아지 오줌이라고 생각해버리세요. 강아지가 우리 다리에 오줌을 싸면 어떻게 합니까? 피하거나, 만약 묻으면 씻고, 강아지를 혼내서 다시는 그렇지 못하게 가르치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우리도 무례하게 던져지는 말에 휘둘리거나 상처 받지 말고, 강아지 오줌을 대하듯 반응합시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 편입니다.” 등 좋은 말들을 나 자신에게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날마다 해주세요. 작고 사소한 말이지만, 이 역시 모이고 모이면 큰 힘으로 우리를 지탱해 줄 떼니까 말이죠. 여러분 하는 일 모두 다 잘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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