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하는 전시 <소소하고 소중한>은 국립경주박물관에 근무하는 열두 명의 큐레이터가 수장고에서 찾아낸 열두 가지의 유물을 소개하면서, 유물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시입니다. 다만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열두 명이 소개하는 열두 가지 유물은 화려하지 않고 소소합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유물들을 놔두고, 굳이 소소한 유물들을 전시하는 이유는 전시의 여는 글과 마치는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전시를 열며(그냥 스쳐 지나갈 뻔한 이야기) : 화려하지는 않기에 소소하지만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소중한 ‘소소’한 전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시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전시품과 함께 큐레이터라는 사람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열두 명의 큐레이터가 저마다의 이유를 담아 전시품을 골랐습니다. 전시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입니다.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문화유산을 소개하기에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대적인 담론이나,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사소한 이야기이고, 각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소소합니다. 하지만 작은 이야기라도 나와 교감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소중합니다.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더 알려질 가치가 있기에 소중합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전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시를 마치며(모든 특별함은 평범함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 열두 큐레이터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전시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혹시 멋지고 화려한 전시품이 아니라서, 작고, 깨지고, 대수롭지 않은 전시품이라 실망하셨나요? 인생이 늘 특별하고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사람은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갑니다. 전시실 화려한 전시품 뒤에 수장고에 남겨진 소소한 문화유산이 있듯이 말입니다 수장고를 들어가기 위한 번거로운 절차들 그곳에서 무심히 들고 나르고 정리하다가, 문득 어떤 문화유산이 눈에 들어왔던 순간들 스쳐 지나치지 않고, 쪼그려 앉아 다시 한번 들여다본 호기심이 큐레이터가 직접 일대일로 건네는 전시가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여러분에게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소소한 것에서 소중함을 알아가는 그런 전시였길 기대해 봅니다.
전시장에 있는 열두 가지 유물들 “유리구슬, 토기, 손만 있는 불상, 동물 모양 벼루, 사자상과 짐승 얼굴 무늬 장식, 십이지신상, 직물, 바둑돌, 나무 빗, 향로석, 청동기시대 석기, 목조보살상”은 경주국립박물관에 있는 다른 화려한 유물들에 비해서 정말로 소소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부서진 조각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이지 않는 면을 상상으로 그리면서 소소한 유물을 소중하게 소개해준 큐레이터 덕분에 소소한 유물들이 제게도 소중해 보였습니다. 고마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선으로 각자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마음과 인생에도 수장고가 있습니다. 우리의 하루에 늘 전시되는 화려하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유물들과 달리 작고 평범하고 부서지고 깨진 유물들은 마음과 인생의 깊숙한 곳에 있는 수장고로 보내집니다. 그런데 수장고에 방치되어 있는 유물들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볼 수 있다면 우리 인생 이야기가 더 풍성하고 아름다워지겠지요. 나아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봐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특별히 작고 소소한 이들을 소중하게 볼 수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소소하고 소중한 모든 것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