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양재천을 걷는데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문득 나도 다시 달리기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 전이고 20대였을 때지만, 마라톤 하프코스를 2번 완주했고,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도 완주했었습니다. 지금 뛰어도 10km 1시간 정도는 가볍게 뛸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뛰었습니다. 5분 뛰니까 도저히 못 뛰겠더라고요.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바로 포기하기 아쉬워서 헬스장에서 러닝 머신으로 조금씩 뛰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5분씩 뛰었는데, 할만했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주에는 5분을 늘려서 10분씩 뛰었습니다. 조금 힘들었지만, 바로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주마다 뛰는 시간을 5분씩 늘렸습니다. 그다음 주에 15분씩 뛰었고 그다음 주에 20분, 그다음 주에 25분. 그렇게 몇 주를 헬스장에서 뛰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다시 양재천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30분 5km를 뛰었습니다. 자신감이 폭발했습니다. 계속 5분씩 늘리면, 내년 봄에는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출전하고, 내년 가을에는 풀코스에 나갈 수 있겠다고 여겼습니다. 마음은 벌써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약간 뻐근했습니다. 그래도 헬스장에 나가서 30분을 달렸습니다. 그다음 날은 조금 더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헬스장에 나가서 30분을 또 달렸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헬스장을 못 갔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하프를 뛸 수 있을까? 내가 풀코스를 뛸 수 있을까? 어렵겠구나! 달리기가 재미없어졌습니다. 풀코스 완주라는 목표가 사라져서, 달리기가 제게 의미 없어진 것이죠. 그래서 헬스장에서도 달리기 대신 예전처럼 걷거나 자전거를 탔습니다.
잠시 품었던 마라톤 풀코스를 포기 한 며칠 뒤에 선배와 조카들이 집에 놀러 왔습니다. 선배는 마라톤 풀코스를 동네 산책하듯이 완주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세계 4대 사막 마라톤 중에서 3대 마라톤을 완주한 러너입니다. 제가 20대 때 마라톤 풀코스를 뛸 수 있게 도와준 분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아들인 20대 조카가 요즘 달리기에 취미가 생겨서 매일 10km 1시간을 달린다고 하더라고요. 질투가 났습니다. 젊음이 부러웠습니다. 그때 선배가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달리기는 좋아하지만 마라톤 풀코스는 거의 안 뛴다고 말했습니다. 하프나 10km 정도만 참가한다고 하더라고요. 조카에게 물어봤더니, 조카도 대회 풀코스 완주가 목표가 아니라 매일 자신이 뛰는 일상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고작 30분 뛰고 풀코스 4시간을 목표로 삼는 제가 어리석게 여겨졌습니다. 풀코스 완주가 어렵다고 달리기를 포기한 제가 한심했습니다. 젊음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젊은이의 지혜를 배워야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날의 컨디션에 맞게 조금씩 뛰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15분 뛰었습니다. 내일은 몇 분 뛸지 모릅니다. 그래도 또 뛰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십니까? 최고가 될 수 없어서 시작도 못한 경험이 있나요? 거창한 목표에 비해 현실이 보잘것없어서 포기한 적은 없으신가요?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잘하지 못해도, 남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