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취임 감사예배를 주일 오후 3시에 드리다 보니까, 목회를 하는 친구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따로 친구들을 교회로 초대해서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음으로 축하받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그때 제게 깊은 인상을 준 장면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교회에 와서 관심을 가지고 본 것과 물어본 것이 모두 달랐다는 점입니다. 한 친구는 주보를 보면서 제게 교회의 예배시간과 하고 있는 모임과 사역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른 친구는 예배당과 교육관을 둘러보면서 공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교회 안이 아니라 교회 주변 환경을 살펴보면서 제게 지역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같은 교회에 왔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도착한 듯했습니다. 평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심이 다르기 때문에, 보는 것도 달랐던 것이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이 각자 교회에서 무엇을 중심에 두고 목회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반대로 내가 친구들의 교회에 갔다면 무엇에 관심을 두고 가장 집중해서 살펴봤을지 상상해 봤습니다. 답이 바로 나왔습니다. 친구들의 사무실에 가서 책장에 어떤 책이 있는지 살펴봤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는 교회뿐만 아니라 사무실과 집을 방문하게 되면 책장과 그 안에 무슨 책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설교학 관련 책과 주석 책이 가득한 책장의 목사님은 설교에 집중하는구나 느낄 수 있고, 전도와 선교에 관한 책이 많으면 전도가, 성경공부, 제자훈련, 속회, 소모임 책이 많으면 신앙훈련이 목회의 동력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책장에 있는 책 제목만 보고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알 수 있는 것은 제게 책이 중요하다는 점이겠지요.
이처럼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을지라도 그 공간을 서로 다르게 느끼고, 같은 상황 속에서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합니다. 가장 좋은 예시가 함께 자란 형제자매들의 유년시절의 추억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입니다. 저와 동생도 그렇습니다. 분명히 같은 집에서, 같은 엄마 아빠와, 같은 밥을 먹고살았는데, 왜인지 서로의 기억과 추억은 조금씩 다릅니다. 저와 동생의 관심이 다르고, 보는 시선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처음 방문하는 장소에 가면 무엇부터 보십니까? 처음 사람을 만나면 어떤 점이 궁금하십니까? 그것이 여러분의 관심이 맞습니까? 그 관심이 여러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합니까? 적절하고 충분합니까?
우리의 시선은 안경 렌즈와 비슷합니다. 초록색 렌즈의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이 초록색으로 보이고, 코발트블루색 렌즈의 안경을 쓰면 코발트블루색으로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경험하는 모양이 달라집니다. 그러면 나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에게도 유익한 시선은 없을까요? 제게 떠오른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이 누구라도 그 마음을 먼저 보려고 하고,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면 어떨까요? 세상이 조금 더 푸르게 보입니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가장 먼저 마음을 살펴보고, 마음에 집중하면 어떨까요? 지금보다 더 쨍하고 예쁜 색의 삶 살 수 있습니다. 마음의 렌즈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보면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