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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로 3월에 눈을 내리게 했다고?

by 세미한 소리

지난 화요일(3.18)에 새벽예배 드리기 위해서 나왔을 때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3월 중순에 눈이라니, 반갑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예배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갈 때까지 눈은 계속 내렸습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운전했는데 온통 눈에 대한 이야기였고, 겨울왕국의 ‘Let it go’처럼 눈과 어울리는 노래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때 라디오 출연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커튼콜로 눈을 다시 부른 것도 아닌데, 3월에 눈이 내리네요.”


커튼콜은 클래식, 오페라,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에서 공연이 끝난 후 배우(연주자)들이 무대에서 내려갔다가, 관객들이 박수하면 다시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서 관객의 박수에 화답하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3월에 내린 눈을 커튼콜로 비유한 것이죠. 겨울이라는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간 눈이 마치 커튼콜 하는 배우처럼 다시 무대에 올라왔는데, 관객들은 손뼉 치지 않고 우리는 부른 적이 없으니 어서 무대에서 내려가라고 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먼저 커튼콜로 다시 부르고 싶은 배우는 우리 무대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3월에 내리는 눈치 없는 눈처럼 부르지 않은 배우만 커튼을 열고 불쑥 무대에 올라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여겼던 아픔과 과거의 상처가 불쑥 마음의 무대에 올라와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고, 때로는 나쁜 습관이 일상의 무대에 올라와서 하는 일을 망치기도 합니다. 실수, 잘못, 운수 나쁜 일들이 내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반복해서 내 무대에 올라서 노래하고 춤춥니다. 반대로 우리가 기대하고 부르고 싶은 배우는 아무리 박수를 쳐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박사업 아이템, 운수 좋은 일, 능력과 잠재력, 도움과 기적, 연인과 인연, 로또 6자리처럼 보고 싶은 배우들은 아무리 열심히 손뼉 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커튼콜은 관객과 배우의 약속입니다. 손뼉 치면 배우들이 늘 나오는 것처럼, 우리가 늘 무대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좋은 배우들이 있습니다. 먼저 추억입니다. 우리 안에는 과거의 좋은 추억들이 있습니다. 힘든 순간을 이겨낸 추억, 사랑받으며 행복했던 추억, 즐겁고 재미있던 추억, 이 추억들이 다시 무대에 올라와서 앙코르 공연을 할 때, 우리는 현실에서 필요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커튼콜 배우는 동료입니다. 그 어떤 공연도 혼자서 하는 공연은 없습니다. 물론 배우 한 명이 하는 일인극이 있지만, 그 공연 역시 연출, 작가, 음악감독, 스탭 등 다양한 동료가 함께 무대를 만들어갑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인생 공연에는 무대 위에서 그리고 무대 밖에서 나를 도와주는 동료가 있습니다. 그들을 불러서 손뼉 치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떠올린 마지막 생각은 제 자신이 박수를 받으면서 무대로 올라가야 하는 배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입니다. 무대에 올라가서 마음껏 춤추고 노래하고 말하고 웃고 울어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무대로 올라가는 일이 두렵고 망설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실수하고 망칠 것 같아서,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무대가 너무 좁고 별로어서 무대로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여러분의 무대로 올라가셨습니까? 여러분을 향한 박수소리가 들립니다. 용기 내어서 무대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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