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와 달리 수험표는 평등하다.

수험표 할인을 받자!

by 세미한 소리

매년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험표 할인을 합니다. 마케팅이고 상술이지요. 그럼에도 학생들을 힘들게 했던 시험의 수험표가 반대로 학생들을 웃게 만드는 할인의 증표가 되는 점이 반갑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수험표에는 참 많은 마음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 시험을 망칠 것 같은 불안함, 찍는 것을 다 맞게 해 달라는 바람, 부모님의 사랑과 약간의 압박 등 말이죠. 그러나 막상 시험이 끝나면 수험표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집니다. 대신 성적표와 합격통지서가 필요하지요. 그런데 만만한 수험표와 달리 성적표와 합격통지서는 꽤나 차갑고 콧대가 높습니다. 수험표는 학생들을 차별하지 않았지만, 성적표는 학생들에게 등급을 매기고 점수대로 줄을 세웁니다. 인기가 없는 수험표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을 내어 주었지만, 인기가 많은 합격통지서는 모두가 아니라 몇 명에게만 자신을 보여줍니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고,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다만 몇 명의 학생이나 자신의 성적표에 만족할까요?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요? 자신의 성적표를 보고 실망과 후회를 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보낸 십여 년의 시간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요? 고작 한 번의 시험 성적표가 학생들이 보낸 십여 년의 시간 전부를 대신할 수 있나요? 학생들이 살아온 십여 년의 시간,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의 온 생애에 그 어떤 보상도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생채기가 납니다.


물론 고작 몇 개의 혜택을 주는 수험표 할인이 학생들의 실망감과 허탈감을 다 보상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수험표 할인을 통해 학생들에게 말해 줄 수 있습니다. 몇 명만 가지고 있는 합격통지서가 아니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수험표로 할인을 하는 이유는, 점수에 상관없이 너희 모두가 고생했고 고맙고 자랑스럽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그 한 번의 시험으로 너희들 마음과 인생에 등급을 매길 수 없으니, 속상해하지 말라고요. 앞으로 계속해서 좋은 기회들이 찾아올 때니, 열심히 준비해서 그 기회를 잡으면 된다고요. 그러니 쫄지 말고 당당히 놀라고 말이죠. 할인받아서 영화도 보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라고 말이죠.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수험생뿐만 아니라 제게도 수험표 할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회수, 라이킷 수, 구독자수와 상관없이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써서 수고했다고 말이죠. 여러분도 결과와 상관없이 그동안 노력하고 수고한 자기 자신에게 충분히 훌륭하다고 칭찬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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