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로 딸이 사용할 책상을 만들고, 찬넬 선반을 사용해 설치했습니다. 아직 위 쪽에 선반을 달지 않아서 완성은 아니었지만, 나름 보기에 좋았고, 딸도 만족하기에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찍은 사진을 보니 실제보다 더 그럴듯했습니다. 아니 실제 모습을 많이 감춰 버렸습니다. 설치를 마치고 정리하기 전이라서 방 안이 지저분했거든요. 이렇게 말이죠~
카메라 앵글이 만든 2장의 사진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교회에서 하는 설교, 브런치와 sns에 올리는 글 속에서 드러나는 저의 모습이 교묘한 앵글로 만들어진 것임을 들킨 기분이라고 할까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알게 모르게 앵글 밖으로 숨겨 버리는 모습들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속이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들킬까 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물론 속옷이나 잠옷처럼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입는 옷차림으로 밖에 돌아다니지 않는 것처럼, 굳이 자신의 모습과 마음을 모두에게 다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외출할 때 상황에 맞는 옷차림이 필요한 것처럼, 상황에 따라 앵글을 조절하여 자신을 보여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다만 적어도 본인 스스로는 앵글 밖에 있는 풍경을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카메라 앵글로 방을 깨끗한 모습으로 사진 찍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방이 실제로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속옷이나 잠옷을 입고 밖에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집에 와서는 불편한 외출복을 벗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옷을 입으니까요. 따라서 느낌 있는 앵글로 자신의 매력을 뽐내려고 노력하는 만큼, 앵글 밖으로 벗어난 자신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앵글 밖에서 봐야 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몇 년 전 라미란, 박성웅, 진영 등이 출연한 영화 “내 안의 그놈” VIP시사회에 간 적이 있습니다. 시사회는 CGV 왕십리점 여러 관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저는 작은 규모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그곳에는 유난히 예쁘고 잘 생긴 이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영화에 출연한 조연과 단역들, 그리고 스텝과 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주연 배우들이 무대인사 왔을 때, 서로 알아보고 한 식구라고 말하며 반갑게 인사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치 영화 관계자 된 우쭐한 기분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습니다. 그 순간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으로 화면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분식집 인부 역, 주인공 친구 역 등 단역 배우들과 무술팀, 조명팀 등 영화 스텝들이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자신의 이름을 찍는 모습은 영화 속 그 어느 장면보다 감동과 울림을 주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주연, 조연, 단역으로 분량이나 비중이 나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차이는 시사회에서도 있었습니다. 주연 배우는 인터뷰도 하고 무대인사도 다니지만, 그 외 배우들과 스텝들은 무대 밖에서 그들을 향해 박수를 칩니다. 그렇게 주연들은 영화 안에서나 영화 밖에서나 무대에 오르지만, 더 많은 이들은 무대 밖에서 있습니다.
그러나 무대 밖에 있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거나, 필요 없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연배우들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세우고 지탱하는 기둥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들이 없다면 주연들이 올라갈 무대 자체가 없어집니다. 문득 배우 황정민의 유명한 수상 소감이 생각이 났습니다.
“스텝들과 배우들이 멋지게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근데 스포트라이트는 저 혼자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
딸 책상 사진에도 보이지 않는 앵글 밖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장인어른께서 직접 책상을 만들어 주셨고, 아내는 책상에 페인트를 칠했고, 작업을 잘할 수 있도록 형님이 아이들을 돌봐 주셨고, 장모님은 실제로 밥상을 차려 든든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냥 설치만 해놓고, 마치 혼자서 다 만든 능력 있고 좋은 아빠처럼 사진 찍고 글을 써서 올린 것뿐이죠.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내가 잘해서, 내가 노력해서, 내가 고생해서, 내가 희생해서 이룬 것 같지만, 앵글 밖을 천천히 살펴보면 묵묵히 나를 돕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