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랑이가 찢어져? 새는 날면 되잖아?’ 아들이 5학년 때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을 처음 접하고 한 말입니다. 5학년이 아직도 그 속담을 몰랐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아이가 한 말이 너무 당연해서 더 놀랐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그 속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황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텃새이고, 뱁새는 우리나라 텃새 중에서 가장 작은 새입니다. 단지 크기와 덩치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늘씬하고 멋진 황새에 비해 뱁새는 색깔도 수수하고 전체적으로 평범해 보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뱁새라고 여긴 평범한 우리 조상들이 부러움을 삼키며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을 만들었을까요?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위안했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스스로를 황새라고 여긴 사람들이 선 넘지 말라며 경고하는 의미로 속담을 만들었을까요?
둘 중 무엇이든 인간의 어리석음과 선입견일 뿐입니다. 멍청한 사람과 달리 뱁새는 굳이 황새를 쫓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가 있어서 뱁새가 황새를 쫓는다고 할지라도 가랑이가 찢어지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뱁새는 새이니까요.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뱁새는 결코 황새에 비교해서 부족하거나 못난 새가 아닙니다. 뱁새는 작은 해충들을 잡아주고 꽃가루를 옮겨줘서 식물들이 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자체로 충분하고 아름답고 귀한 새입니다. 물론 황새 역시 뱁새를 무시하거나 선을 넘지 말라고 쫓아내지도 않고요. 다 인간의 못난 마음의 투영입니다.
그 못난 마음을 오늘 우리도 가지고 있지 않나요? 혹시 우리도 주변에 있는 나보다 작은 뱁새들을 무시하고 있지 않나요? 장애, 가난, 무지, 성별, 국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작은 몸짓을 가지고 있는 뱁새들과 함께 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닌가요? 쫓아오다가 가랑이 찢어지니, 선 넘지 말고 그냥 너희들끼리 살라며 그들을 밀쳐 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반대로 주변에 있는 나보다 큰 황새들에게 주눅 들어 살고 계십니까? 멋진 황새에 비해서 평범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본인의 모습에 속상하십니까?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위안하십니까? 새가 빨리 걸어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질 것이라는 엉터리 이야기에 속아서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까? 여러분에게 있는 그 멋진 날개를 펴지 못한 채 낙심하고 땅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모든 새는 자유롭게 날 수 있습니다. 덩치가 크던 작던, 색이 멋지던 수수하던, 뱁새이던 황새이던 말이죠. 모든 사람도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자유롭게 살아봅시다!
(참고 : 국립중앙과학관 텃새 과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