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을 버리는 사람들

by 세미한 소리

지금은 폐지된 라디오 “굿모닝 FM 김제동입니다”에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 아무런 조건 없이 여러분에게 1억을 준다고 제안합니다. 단, 1억을 받으면 여러분이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 100억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청취자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남이 무슨 상관이냐, 그냥 1억을 받겠다. 아니다 내가 1억을 포기하는 것이 속 편하지, 그놈이 100억을 받는 것은 차마 못 보겠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라디오를 들으면서는 그저 재미있고 웃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씁쓸한 뒷맛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미움’이라는 마음과 ‘비교’라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 주었기 때문이죠. 누구나 한 번쯤은 복권에 당첨되는 상상을 해봤을 것입니다. 당첨금으로 무엇을 할지 쓸데없이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고, 그러면서 혼자서 실없이 웃기도 해봤을 것이고요. 이런 우리에게 선물처럼 1억이 거저 생긴다면 얼마나 기쁘고 놀라운 일입니까? 누구는 기적이라고 부르고, 누구는 신의 은총이라고 감사하겠지요. 그런데 이 기적과 신의 은총을 가차 없이 차 버리는 것이 있으니 ‘미움’과 ‘비교’입니다. 앞의 질문에서 1억 받기를 망설이고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 그리고 1억과 100억을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과 일상에 기적과 신의 은총이 드물고 거의 없는 것은 운이 없거나 신이 우리를 외면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미움과 비교가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혹시 내가 매 순간 1억 원어치의 기적과 신의 은총을 거부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뜨끔합니다.


물론 보통의 우리가 미움과 비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또 누군가는 나를 미워하겠지요. 뿐만 아니라 고작 손에 쥐고 있는 떡 따위조차 비교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 라디오 진행자 김제동 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해서,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누군가의 미움으로 직장을 잃고,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하는 말이기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는 나를 미워할 수 있지만, 그 미움이 혹은 비교가 내 삶의 모든 것을 망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굳은 다짐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도 함께 다짐해봅시다. 내가 비록 쉽게 누군가를 미워하고, 또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겠지만, 그리고 크고 작은 비교로 어리석은 교만과 파괴적인 질투 그 중간 어딘가를 오가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으로 멈출 뿐 그 미움과 비교 때문에 나에게 오는 기적과 기쁨을 차 버리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경직된 체 표어를 외치고, 쥐어짜듯이 다짐을 하면서 무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미움과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머와 유연한 마음일 수 있습니다. 그날 라디오에서 최고 명언을 한 김유리 리포터의 답변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남편을 더 미워해야겠어요. 그러면 우리는 101억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미움과 비교를 웃음으로 멋지게 넘겨 버리고, 날마다 찾아오는 기적과 신의 은총을 가득히 받아내는 여러분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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