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4’에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이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한국인들의 문화나 특징 중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한 출연자가 한국 사람들이 혼잣말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의외라는 반응을 한 한국인 출연자들에 반해, 외국인 출연자들은 모두 공감했습니다. ‘배고파’라는 혼잣말을 듣고 밥을 사주려고 한 외국인도 있었고, ‘어떡하지’라며 혼잣말하는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가 말 걸지 말라는 핀잔을 들어서 당황했던 외국인도 있었습니다. 이에 진행자가 외국인들은 혼잣말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외국 사람들도 가끔씩 혼잣말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유독 많이 한다고 하면서, 외국에서 그렇게 혼잣말을 많이 하면 정신이상자로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인들에게 혼잣말이 이상하게 여겨진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가끔씩 혼잣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찾으면서 ‘어디에 있을까’라고 말하고, 엘리베이터에서 ‘4층’을 누르면서 ‘4층’이라고 스스로 효과음을 낼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요? 여러분도 혼잣말을 하십니까? 만약 혼잣말을 한다면 왜 하나요? 정신이 이상해서? 물론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혼잣말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심리적 안정과 정신건강을 위해서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난 할 수 있어’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힘을 내거나,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이 ‘집중! 집중!’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긴장감을 없애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혼잣말하는 것을 민감하게 여길 필요도 없고, 정신이상을 걱정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럼에도 왜 유독 한국 사람들이 혼잣말을 많이 할까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혼잣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이 듣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자기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이 남이 듣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기에 혼잣말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는 외국에 비해서 사회적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남의 눈치를 더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원인을 그 반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들어도 상관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잣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과거에는 여자들이 집안에서 아무런 발언권도 없었습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자신이 결혼하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도 좋다 싫다 말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남자라고 해서 다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노비의 말은 평민에게 공허한 외침이었고, 평민의 말은 양반과 관리들에게 그저 흩어지는 새소리보다 못했습니다. 혹여 심기를 거스르는 말을 했다가 끌려가서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 심지어 마음껏 말도 하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화병’이 우리나라 고유의 병이라는 것이 납득됩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 속에서 혼잣말이라도 하면서 자신 안에 쌓인 화를 퍼내어 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물론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와 달리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국인이 놀랄 정도로 혼잣말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은 단지 소리를 내는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가서 공감받고 존중받을 때 말은 대화가 되고, 이런 대화가 모여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가 하는 말들 가운데 그 진심이 상대방에게 온전히 전해지고, 충분히 공감받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말들이 외로운 혼잣말이 되어 우리 곁을 둥둥 떠다닙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혼잣말을 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소통과 공감의 부재로 모든 말이 혼잣말이 되는 것은 크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혼잣말을 억지로 막으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만약 누군가 혼잣말을 하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그 말에 담긴 마음과 생각에 귀 기울이고 공감과 존중을 전합시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혼잣말을 하고 있다면, 전하고 싶은 마음과 생각이 무엇인지 스스로 먼저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보다 분명하게 전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외로운 혼잣말이 따뜻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부디 이 글도 혼잣말이 되지 말고 누군가에게 전달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