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6일 밤 집에서 고양이 밥그릇을 밟고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때 그릇이 깨졌고, 깨진 그릇에 왼쪽 발 복숭아뼈 바로 아래 피부가 찢어졌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찢어져서 택시 타고 응급실로 바로 갔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응급실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작은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젊은 의사 선생님이 나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습니다. 발이 찢어져서 왔다고 하니까,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다음에 제 상처를 확인했습니다. 상처가 깊어서 꿰매야 하는데, 지금 응급실에는 정형외과 선생님이 없으니 내일 아침에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받고 꿰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상처 소독하고 붕대만 감고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교회 근처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접수할 때 간호사가 어느 선생님께 진료받겠냐고 물어봤습니다. 대표 원장 의사와 다른 두 명의 의사가 진료하고 있었습니다. 대표 의사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빠르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사에게 진료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잘 꿰매주시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 주셔서 저는 만족했습니다. 선생님이 상처가 복숭아뼈 바로 아래이기 때문에 벌어질 수도 있으니 발목 보호대를 꼭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보호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보호대를 오래 하고 있으면 피가 잘 안 통해서 그런지 발등이 붓고 찌릿찌릿 그 주변이 아팠습니다. 다음 진료시간에 상태를 말했더니, 피가 안 통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염증이 있어서 찌릿한 거라고 약 먹고, 보호대 잘 차고, 많이 걷지 말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또 열심히 보호대를 했고, 웬만하면 걷지 않고 조심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통증의 범위만 조금 줄었을 뿐, 찌릿한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꿰맨 부위도 잘 아물지 않아서 보통 2주 만에 뽑는 실을 저는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 간신히 뽑았습니다. 뽑고 나서도 약간 벌어져 있어서 테이프를 붙이고 조심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호전이 되지 않자 불안했고,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저를 치료하는 선생님도 비슷한 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직접 제게 전화해서 대표 의사 선생님께 진료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피부를 정리하고 다시 꿰매야 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요.
며칠 뒤 대표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저는 누워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이 분주하게 준비했습니다. 속으로 다시 꿰매는 준비를 하는구나 했습니다. 잠시 뒤 대표 의사 선생님이 왔고, 제 다리를 진찰했습니다. 그런데 마취도 아직 하지 않았는데, 제 다리의 상처 부위에서 무언가를 긁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긴장되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제게 앉아 보라고 했습니다. 제가 앉으니까, 웃으면서 상처는 이미 잘 붙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벗겨내면 되는 흐물거리는 피부 껍질을 이전 선생님은 피부가 붙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셨던 것이죠. 그리고 찌릿하는 통증도 염증 때문이 아니라, 말초신경이 끊어져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증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말초신경은 새롭게 연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제 발을 두 손을 꼭 감싸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일상생활을 다 하세요. 앞으로는 애지중지하지 마시고, 막 하시면 됩니다”
애지중지하지 말라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모든 걸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한 달 넘게 제 다친 발을 애지중지했거든요. 보호대도 늘 했습니다. 자면서도 했습니다. 아마 그래서 땀이 차고 피부가 흐물거렸던 것 같아요. 선생님은 제가 아파하니까 막 건드리지도 못하시고 소독만 조심히 해주셨던 것이죠. 저를 애지중지한 거죠. 그리고 찌릿한 통증은 말초신경이 연결되는 신호라고 볼 수 있기에 찌릿해도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래야 둔감해지고 말초신경도 연결될 수 있었죠. 그런데 저는 조금만 찌릿해도 모든 것을 멈추고 애지중지 발을 감쌌으니 통증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로 지금까지 애지중지하지 않고 막 걷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다행히 조금씩 찌릿한 통증이 완화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애지중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애지중지하는 방식이 올바른 방식인가요? 혹시 저처럼 애지중지해서 오히려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습니까? 건강을 위해서 한 일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자녀를 위한 일이 오히려 자녀를 괴롭게 하고, 나를 위해 돈을 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돈을 위해 살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애지중지하는 일이 오히려 우리를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일상생활을 다 하세요. 앞으로는 애지중지하지 마시고, 막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