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산> Museum SAN(Space Art Nature) -1-
단풍이 아름다운 어느 날에 가족들과 함께 원주 산속에 있는 <뮤지엄 산> Museum SAN(Space Art Nature)을 다녀왔습니다. <뮤지엄 산>은 한솔문화재단이 사회 공헌의 역할 확대와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제공하기 위해 건립한 뮤지엄입니다.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뮤지엄 웰컴 센터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원주 산속에 감춰진 <뮤지엄 산>을 사람들이 이처럼 많이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뮤지엄을 건축한 사람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건축한 공간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데, 저희 가족도 다시 한번 그 울림을 얻기 위해서 두 번째로 <뮤지엄 산>을 방문했습니다.
안도 타다오는 뮤지엄 부지를 방문하고 '도시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 쌓인 아늑함'을 느꼈고, 이를 발전시켜 산과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연결되는 공간과 뮤지엄을 건축했습니다. <뮤지엄 산> 홈페이지 "건축가소개"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건물 본체뿐만 아니라, 부지 전체를 Museum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여기에 와서 하루를 보내면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이 풍부해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곳 말입니다.” 실제로 <뮤지엄 산>을 방문하면 안도 타다오의 바람이 잘 실현되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웰컴 센터에서 나와 건물을 가기 위해 걷는 오솔길,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 산에서 부는 바람,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까지, 듣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경험이 전시의 일부로 느껴집니다. 제 경험을 나누면, 이번에 방문했을 때에는 가을 단풍도 전시의 일부로 경험되었고, 지난번에는 한 여름에 방문했었는데 뜨거운 햇살도 공간의 일부처럼 기억됩니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좋았던 공간은 안도 타다오와 영국 현대미술가 안토니 곰리가 협업한 <그라운드 / GROUND>입니다. 뮤지엄 정원 잔디밭에 혼자 있는 작은 건물로 들어가서 계단을 통해서 내려가면 전시 공간이 나오는데, 마치 지하 동굴인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전시 공간에 내려가야 보이는 또 다른 입구로 나가면 원주의 넓은 산맥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서 건물을 보면, 전시공간이 마치 무덤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그라운드> 건물은 독특한 건물이면서도 동시에 자연의 일부처럼 여겨집니다. 건물과 자연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었고, 그 모습은 조화로웠습니다. 그리고 곰리의 일곱 개 작품도 전시 작품이라기보다는 공간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자연과 전시 공간, 그리고 작품이 서로 하나로 연결된 것이죠.
<그라운드>는 기본 관람과 별도로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한 번에 45명이 들어가서 30분간 관람합니다. 저희 가족도 차례를 기다리고 다른 분들과 함께 내려가서 관람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공간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곰리의 작품 옆에서 똑같은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느 전시나 관광지를 가든지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그라운드>에서 본 그 장면은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건물이 자연과 연결되고, 작품이 건물과 연결되고, 이제는 사람이 작품이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뮤지엄 산>의 슬로건은 “소통을 위한 단절”입니다. 오늘 우리는 과도한 연결 속에서 살아갑니다. 핸드폰만 켜면 모르는 일이 없어집니다. 연예인과 유명인의 일상뿐만 아니라 지인들의 일상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알 필요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일까지도 알게 되고, 심지어 가짜와 거짓도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하루 종일 건물 안에서 생활하지만, 공간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의 존재와 행동이 나에게 의미로 다가오는 일은 드뭅니다. 빠르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있지만, 왜인지 늘 외롭습니다. 모든 점이 과부하되었기 때문입니다. 산속에 단절된 <뮤지엄 산>을 걸으면서 자연과 소통하는 일은 예상할 수 있는 경험입니다. 그러나 단절된 산속에서 건물과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은 예상을 벗어나는 특별한 일입니다. 과도한 연결이 단순해졌고, 그래서 마음과 생각의 소음이 줄어들었고, 그렇게 나 자신이 고요해졌기에 가능한 경험입니다. 단절이 소통을 만든다는 역설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도 소통을 위한 단절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소통을 위한 단절이, 단절로 가능해진 소통의 경험이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