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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Apr 16. 2022

역사는 일어난 허구이고, 허구는 일어날 뻔 한 역사다.

 정신과 의사 어빈 D. 얄롬의 책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에는 무려 프로이드, 브로이어, 니체, 루 살로메가 나옵니다. 우와, 대단하죠? 다만 소설로 허구입니다. 에이, 그럼 별로입니까? 저자는 허구라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작가후기에서 말합니다. 


나는 앙드레 지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역사는 일어났던 허구다. 반면 허구는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역사다."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나는 이렇게 적었다. 허구는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역사다. 그렇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허구다. 내 소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는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었다. 심리치료 분야에서 일어나는 있을 법하지 않은 내력들을 참조해 보건대, 이 책에 나온 모든 사건들은 역사가 역사의 축으로부터 약간만 회전했다면 현실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p492)


 역사는 일어났던 허구이고, 허구는 일어날 뻔했던 역사라는 이야기가 여러 가지 생각을 만듭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허구가 될 수 있었다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어렸을 적 바랐던 허구 같은 모습이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니 조금 설레고, 그만큼 아쉽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현실이 허구가 된다면 어떨까요? 허구 같은 일이 현실이 된다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까?


 문득 유시민 작가가 글 쓰고, 정훈이 작가가 그린 책 <표현의 기술>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부모의 욕심에 공부에 매달려서 다른 재능을 발견할 틈도 없이 성장기를 보낸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라는 글과 함께 그 안타까운 청년들이 그려져 있는데, 그들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육상선수가 될 수 있었던 지각생, 소설가가 될 수 있었던 공시생, 집밥 백선생이 될 수 있었던 공시생,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던 취업 준비생, 세계적인 공학자가 될 수 있었던 의대 지망생, 아빠의 꿈을 실천하는 법대 지망생, IT 업계 CEO가 될 수 있었던 고시생 알바.” 너무 슬픈 이야기입니다. 물론 나름의 이야기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겠지요. 무엇보다 현실이 그렇지요. 패션, 요리, 운동, 예술 분야의 현실이 안정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법조계, 의사, 공무원이 더 안정적인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지각생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뭉쳐야 찬다”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던 공시생이 부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도 맞습니다. 그 편의점에서 알바하던 고시생이 제2의 애플을 창업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지 못한 일들을 후회하며, 사회와 부모님을 원망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허무맹랑한 일들만 쫓아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신을 위한 좋은 선택을 한다면,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일이 우리의 내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좋은 선택을 하라는 이야기가 애매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더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네요. 왜냐하면 좋은 선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어떨 때에는 현실을 따르는 것이 나을 수 있고, 비슷한 다른 상항에서는 마음을 따르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남의 말을 듣는 것이 현명하고, 전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버티는 일이 필요하고, 다른 때에는 포기하는 일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좋은 선택은 매번 다릅니다. 다만 딱 한 가지는 매번 동일합니다. 선택은 자기 자신이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강요, 현실과 여건 등이 영향을 주겠지만, 그럼에도 결국 선택을 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입니다. 이 말에 반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거의 없는 중에서라도 그나마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늘 있습니다. 그렇게 작은 선택들에 집중하다 보면, 상황은 점점 나아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남이 아닌 자신의 선택을 합시다. 


 여러분의 허무맹랑한 바람들이 여러분의 내일이 되고 역사가 되길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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