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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May 31. 2022

난 그냥,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영화 ‘보이후드’를 보고...

영화 ‘보이후드’는 특별하고 좋은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넷플릭스 소개 글로 줄거리를 대신합니다. 


“6살에서 18살이 되기까지, 한 아이의 성장기가 여기 있다. 숱한 매일의 작은 티끌이 모여 어느새 어른이 되는 아이. 실제 같은 배우들과 12년에 걸친 영화 촬영을 이어가며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그린 야이기.”


6살 아이였던 아들은 어느덧 18살이 되어 대학에 가기 위해 집을 떠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아들에게 절규하듯 외칩니다. 그렇게 인상 깊은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엄마 : 떠날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신이 나서 갈 줄은 몰랐다.  

-아들 : 신나는 건 아니에요. 그럼 울어야 해요?

-엄마 : 결국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거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결혼하고 애 낳고 이혼하면서! 네가 난독증일까 애태웠던 일, 처음 자전거를 가르쳤던 추억, (생략) 너도 대학 보내고, 이젠 뭐가 남았는지 알아? 내 장례식만 남았어! 어서 가! 

-아들 : 왜 미리 걱정해요? 40년이나 앞당겨서?

-엄마 : 난 그냥...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난 그냥...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라는 말을 듣고, 문득 목사안수 받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뭐가 더 있을 줄 알았거든요. 목사가 되면 목회가 무엇인지, 사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조금은 좋은 사람이 되고, 조금은 확신을 갖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목사가 되어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뭐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뭐가 더 있는 줄 알았는데’라며 탄식한 적은 없으신가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샴페인은 나중에 터뜨려야 한다며, 많은 것을 참고 포기하며 생활합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그저 공부하고 일하고 모으고 노력하며 살아갑니다. 지금은 그렇게 열심히 하고, 나중에 그 모든 것을 보상받으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뭐가 더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난 그냥...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라는 대사에 공감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대다수가 그 뭔가를 얻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관객의 마음을 미리 예상이나 한 듯, 영화는 바로 Family of the year의 ‘Hero’라는 노래로 우리를 위로합니다.



“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 I don't wanna be a big man. Just wanna fight with everyone else. Your masquerade. I don't wanna be a part of your parade. Everyone deserves a chance to Walk with everyone else”


(날 보내줘요. 난 당신의 영웅이 되기 싫어요.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도 싫어요. 그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싸우고 싶을 뿐이에요. 당신의 가식. 전 당신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지 않아요. 모든 사람들은 기회가 있는걸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어갈 그런 기회 말이에요.)



 꼭 모두가 영웅이 되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요? 뭐가 더 있어야 괜찮은 사람이 되나요? 아닙니다. 영웅이나 대단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우리도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입니다.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충분한 사람입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이루어야만 샴페인을 터뜨리며 즐길 수 있는 걸까요? 이를 위해서 모든 보상은 미래로 미루고, 현재는 고통스럽고 무감각하게 견뎌야만 할까요? 아닙니다. 크게 이룬 것이 없어도, 평범한 하루를 보냈어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소박한 음식을 나누면서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필요하겠지만, 있지도 않는 무언가를 위해서 지금의 행복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행복해야 하는 순간은 따로 있지 않고, 지금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뭐가 더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뭐가 더 있을 것이라 착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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