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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한 소리 Jul 01. 2022

미슐랭 3스타 요리를 메뉴에서 빼자.

“셰프의 테이블 : 프랑스”를 보고


 프랑스의 유명한 셰프와 식당, 그 안에 담긴 요리와 인생을 그리는 넷플릭스 다큐 “셰프의 테이블 : 프랑스”를 얼마 전에 봤습니다. 총 4명의 셰프가 나오는데, 프랑스 중동부 도시 로안에 있는 식당 메종 트로아그로의 셰프 미셸 트로아그로도 그중 한 명입니다. 메종 트로아그로는 지금 셰프의 할아버지가 세운 유서 깊은 식당으로 미슐랭 3스타 최장기 보유의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메종 트로아그로가 유명해진 것은 지금 셰프의 아버지와 삼촌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을 때 만든 “연어와 소렐”이라는 음식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1950년대 중반 프랑스에는 모든 음식을 갈색이 되도록 익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삼촌은 당시 조리법과는 다른 파격적인 방법으로 연어를 몇 초 동안만 익히고 허브 소렐로 만든 소스 위에 올려놓은 음식 “연어와 소렐”를 만든 것이죠. 이 새로운 요리법으로 미슐랭 3스타를 얻게 되었고, 메종 트로아그로에게 있어서 “연어와 소렐”는 없어서는 안 될 전통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통 안에서 미셸이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에 이어 메종 트로아그로의 셰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셸 셰프가 식당을 맡고 나서 처음 한 일은 “연어와 소렐”을 메뉴에서 없앤 일입니다. 손님들과 평론가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미슐랭 3스타를 가져다준 음식이고, 메종 트로아그로가 곧 “연어와 소렐”이고, 반드시 지켜야 할 전통인데, 어떻게 “연어와 소렐”를 뺄 수 있느냐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미셸 셰프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지켜야 할 트로아그로의 전통은 “연어와 소렐”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는 용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삼촌이 당시 조리법에 얽매이지 않고 파격적으로 자신만의 요리를 한 것처럼, 미셸 셰프도 "연어와 소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했고, 변화라는 전통 아래 메종 트로아그로는 여전히 미슐랭 3스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과론적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만약 미셸 셰프가 “연어와 소렐”만 믿고 변화 없이 식당을 운영하고 요리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오히려 미슐랭 3스타를 빼앗기지 않았을까요? 


 미셸 셰프를 보면서 상상해봤습니다. 만약 나였어도 미슐랭 3스타를 가져다준 요리를 뺄 수 있었을까? 식당의 전통이고 손님들과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버릴 수 있었을까? 솔직히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저에게 다큐의 또 다른  셰프 알랭 파사르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을 겁니다.


 알랭 파사르는 파리의 아르페쥬라는 미슐랭 3스타 셰프입니다. 다른 프랑스 식당처럼 그는 고기를 가지고 요리를 했고, 뛰어난 실력으로 미슐랭 3스타 셰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5년 동안 요리한 고기를 다루는 것이 고통스러워졌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잠시 휴식을 가졌고, 그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고기 요리가 아니라 채식 요리를 했습니다. 스테이크 대신 당근 구이를 요리해서 메인으로 냈습니다. 손님은 줄었고, 평론가들은 말도 안 되는 요리라고 혹평을 했고, 많은 이들이 미슐랭 3스타를 빼앗길 것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본인도 예상했던 일입니다. 프랑스에 있는 미술랭 3스타 식당에서 채식요리만 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억지로 고기 요리를 할 수야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그 자신은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겠습니까? 그렇게 힘겹게 만든 요리가 먹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요? 알랭 셰프는 즐겁게 채식 요리를 만드는 것을 선택했고, 다행히 많은 이들이 알랭 셰프의 요리를 먹고 함께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예상과 수군거림과 달리 아르페쥬는 여전히 미슐랭 3스타 식당이고요.  


 미셸 셰프와 알랭 셰프는 자신에게 미슐랭 3스타를 가져다준 요리를 메뉴에서 뺐습니다. 아무리 과거에 미슐랭 3스타를 가져다준 요리라고 할지라도,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내려놓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지혜와 용기를 배워야겠습니다. 자신을 셰프라고 상상해봅시다. 무슨 요리를 하고 있나요? 인생이라는 메뉴에 어떤 요리가 올라가 있나요? 메뉴에서 빼야 하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과감하게 그것을 메뉴에서 뺍시다. 미슐랭 3스타 요리라도 뺍시다. 대신 지금보다 인생을 더 맛있게 만들어 줄 신 메뉴를 추가합시다. 그렇게 어제 보다 조금 더 즐거운 오늘을 살아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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